한국수출입은행이 한국항공우주산업 주가 급락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6월 말 기준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 주식 2574만5964주(26.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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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영표 한국수출입은행장 권한대행 전무이사. |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5월 KDB산업은행으로부터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주식을 현물출자 받은 데 이어 올해 대우조선해양을 지원하며 자본확충을 위해 6월 또 지분을 넘겨받아 최대주주에 올랐다.
지난해 754만1479주를 1주당 6만6300원, 올해 1820만4485주를 1주당 6만4100원에 넘겨받아 취득금액은 1조667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최근 방산비리 의혹에 따라 한국항공우주산업 주가가 30% 이상 빠지면서 지분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11일 종가인 3만8650원을 적용할 경우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지분가치는 9951억 원까지 내려간다.
수출입은행은 현재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을 시가평가가 아닌 원가법을 적용하는 ‘지분법투자주식’으로 회계처리하고 있다.
시가평가를 하지 않는 만큼 주가하락으로 직접적인 손실이나 자기자본비율 하락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최근 한달 사이 지분가치가 6천억 원 넘게 줄었고 앞으로 주가가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주가등락이 곧바로 손익에 반영되지 않아 주가하락으로 손실을 입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앞으로 기업존립에 영향을 미칠만한 중대한 규모의 손실이 발생하는 등 손상차손인식이 필요할 경우 결산시점에 평가손실을 반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이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지분매각을 추진할 경우 장부가보다 낮은 주가에 큰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지분을 수출입은행에 넘기기 전까지 비금융회사의 매각방침에 따라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매각을 검토했는데 수출입은행은 산업은행의 매각계획을 이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지분매각을 검토한 바 없고 현재도 매각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지분매각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국내은행은 내년부터 바젤Ⅲ 등 새로운 규제를 적용받는다.
바젤Ⅲ에 따라 내년부터 은행이 보유한 상장주식의 위험가중치는 현재 100%에서 300%로 상향되는데 수출입은행이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을 계속 들고 있을 경우 자본건전성이 악화하게 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3월 말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11.89%를 보여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낮았다.
자기자본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높을수록 건전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대부분 시중은행들은 3월 말 기준 BIS자기자본비율이 15%를 넘었다.
수출입은행의 자본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만큼 내년까지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을 계속 들고 있는 일은 부담일 수 있다.
방산비리 의혹이 터지지 않았다면 수출입은행이 올해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했는데 최근 주가가 크게 빠지면서 매각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셈이다.
수출입은행은 7월 말 한국항공우주산업 관련 대책반을 구성해 검찰조사 및 회계감리 기간의 정상적 수주, 재무역량 유지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