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금융위원회에서 나쁜 짓은 더 많이 했는데 욕은 공정위가 더 먹었다고 발언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장관급 공직자가 다른 부처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인데 모피아(금융관료)를 견제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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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
7일 공정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솔직히 ‘나쁜 짓은 금융위가 더 하는데 욕은 공정위가 더 먹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공정위원장 취임 후 그런 생각이 더 굳어졌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공정위가 잘못에 비해 과도한 비판을 받는 측면도 있다고 속마음을 털어놓는 과정에서 나왔는데 김 위원장의 발언 뒤 잠시 실내가 술렁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말은 모피아에 대한 평소 불신이 표출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모피아란 재정경제부(MOFE,Ministry of Finance and Economy)와 범죄조직 마피아(Mafia)의 합성어인데 과거 재경부 출신 공무원들이 퇴임 후 정계나 금융권으로 진출해 막강한 힘을 행사한 것을 꼬집어 지칭하는 말이다.
김 위원장은 2012년 펴낸 저서 ‘종횡무진 한국경제’에서 ‘통제받지 않는 모피아는 개혁의 최대 장애물’이라고 비판했다.
한성대 교수시절에는 언론기고문 등을 통해 “개개인을 놓고 보면 똑똑하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집단으로 움직일 땐 조직폭력배나 진배 없어지는 것이 한국의 모피아다” “진보정권이든 보수정권이든 경제정책의 주도권이 모피아에게 넘어가는 순간 여지없이 실패한 정권이 된다”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금융위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 공식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불쾌한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사석도 아니고 공식적인 기자회견장에서 왜 남의 부서를 나쁘다고 표현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모피아와 관련해 쓴소리만 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부실기업 구조조정 문제가 불거지면서 야당(현재의 여당) 쪽에서 산업은행 폐지론이 대두되자 칼럼을 통해 “경제관료의 관치금융은 불치병이니 싹을 잘라야 한다고 주장할지 모르나 이는 개혁 주체세력의 무능을 자인한 것에 불과하다”며 “폐지론만 늘어놓는 것은 수권정당의 모습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참여연대와 경제개혁연대 등에서 수십년 동안 재벌개혁운동을 해와 자타공인 금융전문가이기도 하다. 공정위원장으로 내정되기 전 금융위원장 후보로도 꼽혔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관치금융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김 위원장”이라며 “커튼 뒤에 숨어 실력 행사를 하고 책임은지지 않는 금융관료들의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봤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도 거리낌없이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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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 |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좋은 뜻으로 해석하며 확전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 후보자는 7일 인사청문회 태스크포스가 마련된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김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다같이 잘해 보자는 뜻으로 하신 말씀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공정위와 금융위를 비교해 생각해 본 적은 없다”며 “좀 더 개혁적으로 해보자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으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고심 끝에 낙점한 최 후보자 역시 대표적인 모피아로 꼽힌다. 그는 행시 25회 출신의 정통관료로 문재인 경제팀에서 유일한 ‘금융통’으로 꼽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최 후보자가 확전을 자제하고 원론적 수준의 답변으로 대응한 것은 아직 정식 취임을 하지 않은 후보자 신분인데다 감정대응에 나설 경우 자칫 새경제팀 내부의 불협화음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최 후보자가 김 위원장을 두고 “금융에 대한 식견도 있고 금융위 조직에 대한 이해도 큰 분”이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배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