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가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낸드플래시사업을 분사하고 지분을 매각하면서 활로를 찾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히지만 반독점규제 등 영향으로 중국업체가 기회를 차지할 가능성도 나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더욱 촉각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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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왼쪽)와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전자전문매체 WCCF테크는 31일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에서 선두지위를 빼앗길 위기에 직면했다”며 “도시바의 향후 운명에 따라 낸드플래시업계의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고 보도했다.
도시바는 지난해 진출한 미국 원전사업 실패로 수조 원대의 손실을 보며 경영난이 심각해져 회사의 존폐 가 불안할 정도로 위기에 처해있다.
이에 따라 도시바는 낸드플래시사업을 분사한 뒤 20~30%정도 지분을 외부에 매각하기로 했고 매각절차를 3월31일까지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도시바는 자금수혈이 시급한 상황인 만큼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다”며 “목표기한이 두달밖에 남지 않은 만큼 최대한 많은 기관과 지분매각을 논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시바와 낸드플래시에서 협력관계를 유지하던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점쳐졌다.
WCCF테크는 글로벌 낸드플래시 점유율 2위인 도시바와 3위 웨스턴디지털이 협력을 강화할 경우 삼성전자가 1위 자리를 내놓으며 고전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반면 로이터는 “웨스턴디지털이 도시바 지분을 사들이려면 독점금지규제에 부딪혀 이른 시일 안에 인수를 마무리하지 못할 것”이라며 “대만 홍하이그룹 등이 대안으로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하이그룹은 디스플레이와 완제품 등으로 사업영역을 꾸준히 확대하며 장기적으로 반도체사업 진출도 노리고 있다. 최근에는 도시바 지분의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메모리반도체 기술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국기업들이 독점금지규제에서 자유로워 도시바가 내놓을 지분의 인수전에 가장 치열하게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블룸버그는 “도시바는 자금확보가 절실한 상황인 만큼 가장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하는 기업에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며 “최선의 선택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파악했다.
일본의 정부펀드도 기술유출을 우려해 도시바에 자금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최근 실적발표회에서 “도시바와 관련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인수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메모리반도체시장 진출을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중화권 업체들을 인수가격에서 제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중화권 반도체기업들이 도시바가 내놓은 지분을 인수하고 협력관계를 구축해 낸드플래시 기술력을 확보할 경우 합작생산법인을 설립하는 등 방법으로 시장에 진출할 공산이 크다.
이 업체들은 중국정부의 지원을 받아 단기간에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수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시장지배력에 강력한 위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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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의 일본 요카이치 낸드플래시 생산공장. |
특히 애플과 중국 제조사들의 스마트폰을 위탁생산하는 홍하이그룹이 낸드플래시사업에 뛰어들 경우 수직계열화 효과로 고객사 공급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단기적으로 도시바가 재무구조개선을 마무리할 때까지 낸드플래시에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투자를 이어가기 어려워 단기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도시바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낸드플래시 경쟁력이 약화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긍정적일 수 있다”며 “과점체제가 더욱 굳어져 국내 반도체기업이 호황을 누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시바가 고전하는 사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기술격차를 벌이는 데 더욱 속도를 내 향후 경쟁구도가 치열해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니혼게이자이는 “도시바는 낸드플래시사업을 이끌 경영리더십도 공백에 가까운 상황을 맞아 장기간 고전할 수 있다”며 “인수대상자를 찾더라도 반드시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