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재판진행에 속도를 내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이 신청한 증인 39명 가운데 29명을 기각했다.
헌재는 25일 박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기일을 열어 박 대통령 대리인이 신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29명의 증인신청을 기각했다.
|
|
|
▲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9차 변론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헌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미르와 K스포츠에 출연한 기업 총수의 증인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검찰에서 한 증언과 관련자들의 진술 등으로 입증 취지가 충분히 제출됐다”고 말했다.
우병우 전 수석과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에 등을 놓고는 “이미 채택된 증인과 입증취지가 중복된다”며 증인신청을 기각했다. 김한수 청와대 행정관 등 비밀문건 유출과 관련된 증인들도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의 증언으로 충분하다”며 증인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가 채택한 증인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유민봉 새누리당 의원, 모철민 주프랑스대사(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홍탁 플레이그라운드 대표, 이기우 그랜드코리아레저(GKL), 조성민 전 더블루케이 대표, 김형수 전 미르재단 이사장 모두 10명이다.
박 대통령 대리인은 23일 탄핵심판 8차 변론에서 39명의 증인을 대거 신청했는데 이는 헌재의 심판진행을 지연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됐다.
헌재는 기존 증인과 중복되거나 다른 자료로 충분히 입증할 수 있는 부분은 증인채택을 최소화해 재판진행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속도를 내지 못하면 재판관이 부족한 상태에서 최종결정을 내려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31일을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난다. 법조계의 대다수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새 헌재소장을 임명하는 것은 권한 밖의 일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수석재판관인 이정미 헌법재판관은 3월13일 퇴임한다. 3월14일부터는 현재 9명의 헌법재판관에서 2명 줄어든 7명으로 탄핵심판을 진행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법은 탄핵심판 결정을 위해서는 최소한 7명의 재판관이 최종결정에 참여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참석한 재판관 가운데 6명이 인용결정에 찬성해야 탄핵이 결정된다.
3월14일부터는 남은 7명의 재판관 가운데 한 명이라도 사퇴를 하게 되면 헌재의 의결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또한 정족수를 가까스로 충족하는 7명의 재판관만으로 최종결정을 내릴 경우 2명의 재판관만 탄핵을 반대해도 인용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박 소장은 “헌재 구성에 더 이상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늦어도 3월13일까지는 최종 결정이 선고돼야 한다”며 “이정미 재판관의 자리가 공석이 되는 경우 이는 단지 한 사람의 공백을 넘어 심판결과를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심판에 막대한 지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