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이 이란에서 2조3천억 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 계약을 단독으로 따내면서 이해욱 부회장이 공들여온 이란에서 수주를 확대할지 주목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올해 해외수주가 유독 부진했다. 대림산업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해외에서 2831억 원의 수주계약을 따내 올해 해외 수주목표로 세운 4조8300억 원의 5.9%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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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
경쟁사인 현대건설(5조1408억 원)과 GS건설(2조490억 원), 대우건설(1조4937억 원)과 비교해도 해외 신규수주가 한참 뒤처진다.
대림산업은 해외사업의 수주부진을 국내 도시정비사업으로 만회했다. 대림산업은 올해 재건축재개발부문에서 3조 원이 넘는 사업을 수주해 2년 만에 도시정비사업 수주 1위를 탈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주택경기가 올해를 정점으로 앞으로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대림산업은 해외에서 신규수주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대림산업은 저유가에 따라 중동국가의 재정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오랜 기간 유대관계를 쌓아온 이란에서 수주기회를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해욱 부회장도 이란에서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부회장은 5월에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이란을 방문했을 때 동행했다. 경제제재가 해제되면서 이란이 그동안 투자를 미뤄왔던 인프라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이란 발주처들과 쌓아온 신뢰관계에 큰 기대를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림산업은 1975년 국내 건설사 최초로 이란에 진출했다. 특히 국내 다른 건설사들이 현장을 철수하던 이란-이라크 전쟁중에도 캉간 가스정제공장 건설공사를 계속 진행하며 이란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있다.
대림산업은 이란에 경제제재 조치가 가해진 2010년 이후에도 계속 현장사무소를 운영하는 등 40년 넘게 이란과 신뢰를 쌓고 있다.
이런 관계를 발판으로 삼아 이 부회장은 5월 이란 방문 당시 이스파한~아와즈 철도사업(53억 달러)과 박티아리 수력발전소 프로젝트(19억 달러)의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이를 대림산업과 이란의 신뢰관계에 대한 보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대림산업은 본계약까지 성사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란은 현재 국내 건설사들에 공사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먼저 조달해올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 이란 발주처와 국내 건설사의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에서 달러 사용이 여전히 금지돼있는 점도 본계약이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그나마 8월부터 유로화 결제가 가능해져 장애요소가 일부 해소됐지만 국내 건설사들이 공사대금을 결제할 때 주로 달러화를 사용했던 점을 감안할 때 본계약 체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이란에 추가 제재조치를 내릴 수 있는 점도 앞으로 대림산업이 이 시장에서 신규수주를 따내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지난해 중순 타결된 이란과의 핵협상을 강하게 비판해왔는데 최근 공화당 지도부가 이란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에 다시 경제제재 조치가 내려질 경우 발주처들은 자금난을 이유로 신규발주를 중단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게 되면 대림산업이 신규수주를 위해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해왔던 프로젝트들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