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저널] 불닭볶음면 부러운 오뚜기 미국에 공장 짓다, 함영준 '트럼프 관세'에 현지화 승부](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5/20250508112249_177374.jpg)
▲ 진라면, 3분 요리, 케첩 등 국내에서는 국민 식품 브랜드로 자리잡은 오뚜기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경쟁사인 농심이나 삼양에 비해 미미한 편이다. <그래픽 씨저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식품 기업인 삼양식품, 농심, 그리고 오뚜기의 해외 매출 비중이다.
진라면, 3분 요리, 케첩 등 국내에서는 국민 식품 브랜드로 자리잡은 오뚜기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은 경쟁사인 농심이나 삼양에 비해 미미한 편이다.
특히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으로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면서 ‘한국 라면’의 파괴력을 확인한 오뚜기 역시 진라면의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함영준 오뚜기그룹 회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현지 생산 공장 건설을 통해 관세 회피, 물류 효율화, 브랜드 인지도 확대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으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 ‘K-푸드 시대’에 오뚜기만 내수기업, 해외 매출 비중 10%의 현실
2016년, 함영준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러시아,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 해외시장 개척을 선언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2024년 기준, 오뚜기의 해외 매출 비중은 10.2%에 그치고 있다.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매출 3조5391억 원 중 국내 매출은 3조1777억 원, 해외 매출은 3614억 원이다.
같은 기간 삼양식품은 전체 매출의 80.9%가 해외에서 나왔고, 농심 역시 해외 매출 비중이 약 35%에 달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가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는 흐름과 비교하면, 오뚜기의 현재 성적표는 다소 초라해 보일 수밖에 없다.
◆ 관세전쟁 속 ‘현지화’ 전략, 캘리포니아 공장이 핵심
오뚜기의 글로벌 전략은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미국 현지 생산을 위한 공장을 직접 짓고 있다는 점이다.
캘리포니아주에 2027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이 공장은 단순한 수출이 아닌 ‘현지화’를 통한 장기적인 기반 확보 전략의 일환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 강화 기조와 ‘관세전쟁’ 흐름에 대응하는 포석이기도 하다.
실제로 경쟁사인 삼양식품은 미국 내에서 불닭볶음면이 큰 인기를 끌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현지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과 관련해 삼양식품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오뚜기는 불확실한 관세 정책과 물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미국 시장 공략의 교두보를 캘리포니아에 세운 셈이다.
◆ ‘라면 기업’이라고 볼 수 없는 오뚜기, 미국 시장에서 농심과 삼양만큼의 파괴력 있을까
다만 미국 현지 생산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핵심은 오뚜기의 제품이 미국 소비자에게 어느 정도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가다.
농심과 삼양이 ‘신라면’, ‘불닭볶음면’ 등 강력한 시그니처 제품을 앞세워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것과 달리, 오뚜기는 상대적으로 대표 제품의 브랜드 파워가 약하다.
진라면은 오뚜기의 대표 라면이지만, 신라면이나 불닭볶음면처럼 소비자에게 강한 ‘첫 인상’을 남기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진라면은 2023년 기준 국내 라면류 가운데 매출 3위(2092억 원)에 올라있지만, 1위인 신라면(3836억 원)과 매출 격차는 거의 두 배에 이른다. 이마저도 진라면 순한맛과 진라면 매운맛을 합한 순위다.
오뚜기의 브랜드 중심축이 3분 요리, 소스류 등 다품목에 걸쳐 있어 단일 제품의 집중적인 마케팅 효과가 약한 것 역시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쟁사인 삼양식품은 라면에만, 농심은 라면과 스낵류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과 달리 오뚜기는 ‘라면 기업’이라고 부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뚜기의 2024년 면류 매출 비중은 28.5%에 불과하다. 이는 농심의 52.3%, 삼양의 96.1%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씨저널] 불닭볶음면 부러운 오뚜기 미국에 공장 짓다, 함영준 '트럼프 관세'에 현지화 승부](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5/20250508112320_119230.jpg)
▲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7월27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손경식 CJ그룹 회장(오른쪽부터), 권오준 포스코그룹 회장, 함영준 오뚜기그룹 회장 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함영준 회장이 미국 공장을 중심으로 한 ‘장기전’을 펼치고 있다면, 그와 동시에 ‘단기전’의 전략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지 공장 가동 전까지 미국 내 소비자와 유통망을 빠르게 공략할 수 있는 브랜드 마케팅 전략이 필수라는 것이다.
삼양의 불닭볶음면은 SNS 챌린지와 유튜브 바이럴 콘텐츠 등을 통해 ‘강렬하게 매운 맛’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브랜드가 먼저 인터넷을 통해 소개된 뒤 제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기 시작한 구조다.
오뚜기 역시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미국 내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쪽에서는 오뚜기가 라면기업으로서의 정체성보다 ‘식품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이 더 강한 만큼, ‘진라면’ 하나를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보다는 오뚜기라는 브랜드 전체의 정체성을 전달하는 마케팅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오뚜기는 현재 짓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공장에서 진라면 외에도 소스, 레토르트 식품 등 다양한 제품군을 생산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오뚜기가 국내에서 보유한 ‘집밥 감성’, ‘착한 기업’ 이미지를 현지화 과정을 거쳐 미국식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전달한다면 상당한 파급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을 강타했던 ‘김밥’ 열풍이 한국계 미국인 어린이의 짧은 영상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라며 “K-푸드 열풍은 하나의 콘텐츠, 감성으로 소비되고 있기 때문에 오뚜기의 브랜드 이미지를 미국식 스토리로 재해석 해낸다면 진라면이 제2의 불닭볶음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