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그동안 여러 차례 철수설에 시달렸던 주택사업을 놓고 당분간 명맥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등 삼성그룹이 당분간 지배구조개편과 관련한 움직임을 보이기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주택사업에서 철수는 안하지만 소극적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주택사업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
|
|
▲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
삼성물산은 2017년 서울과 부산, 경기도 등에서 모두 6개 단지, 9017가구를 공급한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2017년에 2만 가구 안팎의 분양물량을 공급하는 점과 대조적이다.
삼성물산은 최근 3년 동안 주택경기와 관계없이 매년 일정한 수준의 분양물량을 공급해왔다.
지난해 1만512가구를 분양했고 올해 1만187가구를 공급했다.
반면 다른 대형 건설사들은 같은 기간에 주택경기 호황에 힘입어 분양을 대거 늘렸다.
부동산 정보기관 등에 따르면 올해 대우건설은 2만8700여 가구를 분양했다. GS건설은 2만7200여 가구, 대림산업은 2만3400여 가구, 현대건설은 1만7300여 가구를 분양했다.
삼성물산이 3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삼성물산의 아파트 브랜드 ‘래미안’이 10년 넘게 브랜드 파워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삼성물산은 유독 주택시장에서 존재감이 작다.
삼성물산은 재건축과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올해 대림산업이 3조264억 원, 현대건설이 1조2624억 원, 대우건설 1조4천억 원 등 대형 건설사들이 치열한 수주경쟁을 펼쳤지만 삼성물산은 올해 한건의 수주실적도 거두지 못했다.
주택시장이 호황으로 돌아선 상황에서 삼성물산이 계속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삼성물산이 주택사업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주택사업 매각설에 시달렸다. 삼성물산이 공식적으로 매각설을 부인했지만 매각설은 잠잠할 만하면 다시 떠올랐다.
특히 최치훈 사장이 취임한 뒤 주택사업 수주잔량이 뚜렷하게 줄어들면서 철수설에 불을 지폈다.
삼성물산이 9월 조직개편을 통해 주택사업본부를 축소하면서 주택사업 철수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 삼성물산, 당분간 현상유지할 듯
삼성물산은 계속 주택사업 철수설을 부인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삼성물산이 당분간 주택사업에서 지금과 비슷한 수준의 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사업을 큰폭으로 축소하거나 시장에서 아예 철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
|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월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을 두고 정당하지 못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움직임을 보이기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초 삼성물산의 주택사업 철수설이 불거졌던 이유도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이 있다. 당시 삼성물산이 지주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크고 경기에 큰 영향을 받는 주택사업을 안고 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삼성물산 저평가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삼성물산의 가치가 낮게 책정될수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삼성물산이 실적과 주가를 관리하기 위해 주택사업의 비중을 의도적으로 줄였다는 의혹이 일각에서 제기된 것이다.
삼성전자가 11월 말 지주사체제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을 공식화하면서도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의 합병은 당분간 추진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점 역시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잡음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삼성그룹이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를 지주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하고 지주부문을 삼성물산과 합병해 지주사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게 나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첫걸음이었다.
합병과정이 정당하지 못했다고 결론이 날 경우 삼성그룹은 앞으로 지주사체제 전환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