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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P금융포럼 in 자카르타 프롤로그] 인구 2억8천만 계좌를 잡아라, 4대 은행 각기 다른 현지화 전략

김환 기자 claro@businesspost.co.kr 2024-10-08 13:4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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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는 10월1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현지 금융감독청(OJK) 고위 당국자들을 모시고 ‘인도네시아의 K-금융: 생산적 현지화 전략’을 주제로 포럼을 연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중심국가로 국내 금융회사들도 글로벌 진출의 창구로 삼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포럼에 앞서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의 활약상을 짚어보고 현지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시선으로 인도네시아 시장의 잠재력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① K금융 글로벌 확장 교두보 인도네시아, 많은 기회만큼 접근법도 다르다
② 인구 2억8천만 계좌를 잡아라, 4대 은행 각기 다른 현지화 전략
③ 산은 기은 수은 국책은행의 공략 3색, K-금융 확장 기반 다진다
④ 신흥국 증권시장 격전지 인니, 맏형 미래에셋증권 필두로 증권사 진출 이어진다
⑤ 국내보험시장 대안은 인니, 삼성화재 KB손보 한화생명 사업 확장 활발
⑥ 인니 진출 여전사는 멀티플레이어, 할부금융 기반 사업 다각화로 활로 모색
⑦ 금감원-OJK 역사 깊은 스킨십, 10년 인연 속 금융사 진출 지원사격도 든든
⑧ [인터뷰] 박번순 고려대학교 아세안문제연구원 아세안센터 연구위원
⑨ [인터뷰] 서정인 동남아 친선그룹 대사


[비즈니스포스트] 세계은행이 집계한 인도네시아 성인 계좌 보유 비중은 51.8%(2021년 기준)으로 인구 2억8천만 명의 절반 가량에 그친다. 

전 세계 평균 76%, 한국 98.7%에 크게 못 미치지만 성장세는 매섭다. 2011년만해도 20%가 채 되지 않았으나 10년 만에 50%를 넘겼다.
 
[BP금융포럼 in 자카르타 프롤로그] 인구 2억8천만 계좌를 잡아라, 4대 은행 각기 다른 현지화 전략
▲ 4대 은행이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치열히 경쟁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인도네시아 인구를 고려해 볼 때 10년 사이 8천만 명 이상이 새롭게 계좌를 만든 것이다. 4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이 해외사업 전초기지로 인도네시아를 주목하는 이유다.

4대 은행은 통상적으로 해외법인이 현지 진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금융 영업을 펼치는 것에서 벗어나 각자의 현지화 전략을 앞세워 인도네시아에서 경쟁력 강화를 노리고 있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4대 은행 가운데 우리은행 현지법인인 우리소다라은행이 상반기 현지에서 가장 많은 순이익을 올렸다.

우리은행은 현지 은행 인수를 통해 소매금융으로 접점을 넓힌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은행은 1992년 진출 뒤 2014년 현지 소매전문은행 소다라은행을 합병했다. 현재는 인도네시아 공무원·군경 연금공단 지급은행으로 연금대출 및 신용대출 중심으로 현지인 영업을 벌이고 있다.
 
[BP금융포럼 in 자카르타 프롤로그] 인구 2억8천만 계좌를 잡아라, 4대 은행 각기 다른 현지화 전략
▲ 우리소다라은행은 소매금융과 기업금융의 균형 잡힌 성장으로 인도네시아 진출 4대 은행 법인 가운데서는 가장 많은 순이익을 냈다. 김응철 우리소다라은행 법인장(왼쪽)이 9월6일 한국수자원공사와 자카르타 현지 학교에 물품을 기증한 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우리은행> 
하나은행은 1만8천여 개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에서 ‘디지털’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하나은행 인도네시아법인은 상반기 연결기준 순이익으로 218억5800만 원을 올렸다.

네이버와 손잡고 2021년 6월 시작한 ‘라인 뱅크’ 효과를 봤다. 라인뱅크는 디지털뱅킹 플랫폼으로 올해 6월 기준 다운로드수 630만 회, 사용자수 100만 명을 넘어섰다.

디지털 은행은 인도네시아 금융시장 미래로도 여겨져 경쟁이 치열하다. 인도네시아 전통 시총 1위 BCA은행을 비롯한 기존 현지 은행이 디지털 뱅킹을 확대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최근 6월 첫 해외 투자처로 인도네시아를 삼고 디지털 은행 ‘슈퍼뱅크’를 출범했다.

신한은행도 인도네시아에서 순항하고 있다. 신한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상반기 순이익은 122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520% 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말 국제금융공사(IFC)에서 2억 달러(2700억 원)를 유치하는 등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한 효과가 컸다. 이를 토대로 기업금융·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해 성장 지속을 노리고 있다.
 
[BP금융포럼 in 자카르타 프롤로그] 인구 2억8천만 계좌를 잡아라, 4대 은행 각기 다른 현지화 전략
▲ 이우열 KB뱅크 인도네시아 행장(왼쪽 세 번째)이 7월11일 인도네시아 2대 무슬림 단체와 모바일 독점 계약을 맺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KB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진출 국내은행 가운데서는 가장 자산 규모가 큰 법인을 토대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현지법인 KB뱅크(옛 KB부코핀은행)는 상반기 순손실 1514억9200만 원을 냈다.

올해 3월 사명을 KB뱅크로 바꾸며 현지에 진출한 KB금융 계열사 협업 강화를 노리고 있다. 또한 부실채권을 줄이면서 2021년 진출한 이슬람금융사 ‘KB뱅크 샤리아’를 토대로 현지 무슬림 단체에 디지털 금융을 제공하는 등 소매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4대 은행이 너나 할 것 없이 인도네시아에 뛰어들었지만 장밋빛 미래만 기다리는 것은 아니란 평가도 많다.

대표적으로는 ‘샤리아 은행(Sharia bank)’으로 대표되는 이슬람교 영향이 꼽힌다.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에 따르면 현지 은행은 상업(Commercial)과 지역(Rural), 이슬람 율법을 의미하는 샤리아(Sharia) 은행으로 나뉜다.

인도네시아는 헌법상 종교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인구 2억8천만 명 가운데 약 90%가 무슬림으로 세계에서 가장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이 많은 나라다.

이슬람교는 율법상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것을 금지하는 등 기존 은행업 성격과 배치되는 부분이 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이같은 종교적 수요를 반영해 2021년 세계 최대 이슬람 은행 BSI(Bank Sharia Indonesia)를 출범하기도 했다.
 
[BP금융포럼 in 자카르타 프롤로그] 인구 2억8천만 계좌를 잡아라, 4대 은행 각기 다른 현지화 전략
▲ 조코위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9월17일(현지시각) 자카르타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이슬람 금융 센터(IIFC) 개소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샤리아 은행 자산 성장세를 강조하며 BSI는 잠재 무슬림 고객을 유치하는 데 경쟁력을 갖춰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내각사무처> 
국내 금융사에게는 현지 금융 정책과 감독을 총괄하는 감독 및 규제 당국인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도 변수로 꼽힌다.

인도네시아 시장에 뛰어든 금융사가 업권별로 100여 개 이상으로 과열 양상을 띠는 가운데 OJK는 금융감독 체계를 마련하고 고도화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월 인도네시아 금융산업 보고서에서 “모든 금융업권 내 경쟁 강도와 규제 위험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며 “인도네시아는 금융감독 체계를 정비하는 단계로 규제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위험이 상당히 높다는 것도 위협요인으로 작용한다”고 경고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해외 은행 가운데 모범 사례로는 차근히 영향력을 키운 일본이 꼽힌다.

KB경영연구소는 비즈니스포스트 질의에 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셜그룹(SMFG)의 Bank BPTN 인수와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의 Bank Danamon 인수를 성공사례로 짚었다.

KB경영연구소는 “두 사례 모두 소수 지분 인수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추가 지분을 늘려 인도네시아 은행업과 금융당국에 대한 실제적 이해도를 높이며 차츰 경영권을 확대했다”며 “경영권을 확대하면서도 인력과 영업 방식은 현지화를 중시하고 강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지도가 높은 대형은행을 인수하고 이들의 폭넓은 채널을 활용해 현지 진출 일본 기업을 넘어 현지 기업과 개인을 대상으로 빠르게 금융서비스를 확대했다”고 덧붙였다. 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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