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떨고 있다. 검찰이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재계도 비상이 걸렸다.
미르와 K스포츠에 돈을 낸 대기업들은 물론이고 최씨 개인비리 의혹에 연루된 여러 기업들이 검찰수사의 범위와 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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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진세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 |
1일 검찰에 따르면 소진세 롯데그룹 정책본부 사장과 이석환 상무, 박영춘 SK그룹 전무가 최순실씨 사건과 관련해 10월30일과 31일 각각 참고인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K스포츠에 대한 지원금 출연 과정에 대한 집중조사가 시작된 것이다. 정현식 당시 재단 사무총장은 올해 2월 SK그룹 본사를 찾아가 박 전무에게 80억 원 후원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SK그룹은 이 제안을 거절했다가 이후 30억 원을 역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 역시 K스포츠로부터 비인기 종목 육성을 위한 체육시설 조성을 명목으로 5월 말 70억 원을 후원했다가 6월 초 전액을 되돌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을 통해 미르에 28억 원, 롯데면세점을 통해 K스포츠에 17억 원 등 총 45억원을 출연했다.
검찰은 우선 두 그룹 관계자를 불러 후원금 출연 과정과 당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의 압력 행사 여부를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드러난 내용만 보면 미르와 K스포츠에 전국경제인연합회 요청으로 돈을 댄 기업만 50여 곳, 액수로 774억 원에 이른다. 앞으로 관련 기업 관계자들의 줄소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이미 검찰에서 두 재단이 기업들의 제안에 따라 만들어졌고 모금과정도 자발적이었다는 기존의 주장을 번복해 “안종범 전 수석 등 청와대가 지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그동안 사회공헌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내놓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이승철 부회장의 진술로 출연금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법조계 등은 바라보고 있다.
정상적인 기부가 아닌 청와대 압력에 의한 불법적인 뇌물공여의 성격으로 바뀌고 이렇게 되면 법적 처벌도 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검찰은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CJ그룹 등 두 재단에 자금을 댔던 다른 대기업들도 차례로 조사할 방침을 세워뒀다.
그룹 전체로 보면 삼성그룹이 두 재단에 204억 원을 출연해 액수가 가장 많다. 이밖에 현대차그룹 82억 원, SK그룹 111억 원, LG그룹 78억 원, 포스코 49억 원, GS그룹 42억 원, 한화그룹 26억 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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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
개별 회사로는 현대자동차가 68억8천만 원으로 가장 많고 SK하이닉스 68억 원, 삼성전자 60억 원, 삼성생명 55억 원, 삼성화재 54억 원, 포스코 49억 원, LG화학 49억 원 등의 순으로 알려졌다.
재단 모금 뿐 아니라 최씨의 국정농단과 관련해 여러 의혹도 재계에 불똥이 튀게 할 것으로 보인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와 관련 의혹이 대표적이다.
삼성그룹은 정씨에게 말을 사줬고 독일 현지에서 승마 훈련비를 지원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3남 김동선씨가 승마 국가대표로 활동한 점 때문에 최씨와 연결됐을 수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광고감독 최은택씨 관련 비리의혹에도 재계는 자유롭지 못하다. 검찰은 10월31일 차씨가 대표로 있는 아프리카픽쳐스와 실소유주로 추정되는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 차씨 소유 유령회사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엔박스데이트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 가운데 플레이그라운드가 현대차, KT 등의 광고를 수주한 경위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영화됐으나 공기업 성격이 강한 포스코와 KT, 한국관광공사 산하 기업인 GKL은 최씨의 개인회사인 ‘더불루K’ 전 대표와 관계자 사이 주고받은 문자가 공개되거나 통화내용 등이 알려져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대통령 하야나 탄핵까지 요구하는 등 국민적 공분이 어느 때보다 높아 검찰수사의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가늠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부 기업들은 수사과정에서 불법성이 드러날 경우 법적 처벌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