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진그룹이 비핵심자산 매각 눈높이를 낮추며 속전속결 모드로 정리에 나설 지 주목된다.

한진칼이 자회사 와이키키리조트호텔(와이키키)의 몸값을 낮추며 매각에 성공하면서다.  한진그룹은 2019년 발표한 중장기비전의 일환으로 유휴자산 매각을 시도해왔는데 일부는 가격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한진그룹 '와이키키호텔' 4년 만에 매각, 남은 비핵심자산 정리 눈높이 낮출까

▲ 한진그룹이 와이키키리조트호텔을 4년만에 매각하며 1400억 원을 쥐었다.


19일 한진그룹은 제주칼호텔, 왕산레저개발 등의 유휴자산 매각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지주사 한진칼은 미국 하와이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자회사 와이키키를 1400억 원에 매각했다고 18일 공시했다. 계약 상대방은 대명소노그룹의 계열사 소노인터내셔널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매각대금의 구체적인 활용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매각으로 한진칼은 거금을 쥐게 됐지만 칼호텔네트워크의 제주칼호텔, 대한항공의 자회사 왕산레저개발, 한진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HIC) 등 한진그룹의 ‘아픈 손가락’은 남아있다.

와이키키는 지난해 개별기준으로 매출 232억 원, 순이익 28억 원을 거뒀다. 코로나19로 한때 휘청였지만 사업성이 나쁘다고는 볼 수 없다. 반면 제주칼호텔은 2022년 5월부로 폐업했고 왕산레저개발은 지속된 적자로 자본잠식 상태다.

대한항공의 자회사 한진인터내셔널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상업용 빌딩 월셔그랜드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코로나19 확산 이후 해마다 1천억 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내고 있다.

대한항공은 2023년 2월 한진인터내셔널의 유상증자에 9300억 원을 투입하는 등 한진인터내셔널의 정상화를 위해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매각 전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칼호텔네트워크는 2021년 제주드림피에프브이에 제주칼호텔을 950억 원에 매각하기로 계약서까지 체결했다가 잔금을 받지못해 2022년 계약을 해지했다. 칼호텔네트워크의 2023년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제주칼호텔의 자산가치는 686억 원이다.

왕산레저개발의 경우 대한항공이 2020년과 2021년 사모펀드 칸서스자산운용과 매각협상을 2차례나 벌였으나 계약체결에 이르지 못했다. 당시 투자은행업계가 예상한 예상매각가격은 1300억 원이었다.

왕산레저개발의 매각이 늦어지면서 대한항공의 재무적 지원도 계속되고 있다. 한진그룹이 2020년 3월 유휴자산 매각계획을 발표한 이후 현재까지 대한항공이 왕산레저개발에 투입한 현금은 700억 원이다.
 
한진그룹 '와이키키호텔' 4년 만에 매각, 남은 비핵심자산 정리 눈높이 낮출까

▲ 한진그룹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비핵심자산. 제주칼호텔(왼쪽), 왕산레저개발(오른쪽)

한진그룹은 아직도 두 자산의 원매자를 물색하는 중이다. 와이키키의 재매각 성공 사례를 살펴보면 향후 매각가격에 대한 눈높이를 낮출 가능성도 있다.

앞서 한진칼은 2023년 9월 미국의 한 부동산투자회사와 와이키키 매각협상을 진행하다 조건이 맞지 않아 2달 만에 매각을 철회한 바 있다.

당시 매긴 와이키키의 가격은 1억2100만 달러(당시 환율기준 1460억 원)였는데 이번에는 1억100만 달러(18일 환율 기준 1406억 원)로 낮춰 매각이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은 2020년부터 3월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한 자산매각 계획을 발표한 뒤 잇달아 처분을 성사시키고 있다.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면적 3만6642㎡) 매각이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송현동 부지는 대한항공이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 원에 매입한 부지다.

대한항공은 이곳에 ‘한옥호텔’을 설립하려 했으나 코로나19가 퍼져 경영난을 겪자 2021년 12월 5580억 원을 받고 서울시에 부지를 넘겼다.

알짜사업이라고 예외는 없었다. 대한항공은 2020년 7월 기내식사업 및 기내면세품 판매사업을 한앤컴퍼니에 9900억 원에 매각했다.

한진칼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19년 532.8%에서 2023년 170.1%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 역시 59.6%에서 35.4%로 줄었다. 

문아영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의 실적 호조 지속에 따른 현금성자산 축적과 당기순이익 누적, 2020~2021년 두차례의 대규모 유상증자, 유휴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자본 유입이 이루어지면서 재무안정성 지표가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