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25일 '비상경영·혁신위원회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
[비즈니스포스트]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올해 들어 한전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김 사장이 구상하는 뼈를 깎는 노력에는 한전 직원의 동참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을 향한 희생 요구 수위도 한층 높아지는 모습이다.
25일 김 사장은 경영진, 이사회 의장, 외부 자문위원 등과 ‘비상경영·혁신위원회 토론회’를 열고 “초유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과감한 변화와 근원적 쇄신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전은 현재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2분기까지 아홉 분기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보면서 누적된 영업손실 규모는 약 45조 원에 이를 정도다.
2년여 동안 지속된 적자에 대응하기 위해 한전채 발행 등에 따른 부채 규모는 2023년 말 기준으로 200조 원을 웃돌아 재정적 여력이 없는 상태다.
김 사장은 한전의 재정난이 심각하게 부각된 상황이었던 지난해 9월 한전 사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김 사장의 취임을 놓고 에너지 관련 전문성 결여, 윤석열 대통령 캠프 참여 경력, 한전 최초의 정치인 출신 사장 등 부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김 사장으로서는 한전의 경영 정상화 성과를 내는 일에 부담이 더욱 클 수밖에 없는 셈이다.
김 사장은 사장에 취임한 뒤 40여 일 동안 한전 본사에 상주하며 숙식을 해결하는 등 한전의 재정난 극복을 위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김 사장은 지난해 10월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한전 국정감사에서 “뼈를 깎는 경영 혁신으로 국민 신뢰를 되찾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이 구상하는 뼈를 깎는 경영 혁신의 방향은 올해 들어 한전 직원들을 향한 요구로도 구체화되는 모양새다.
한전은 22일부터 26일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위로금 재원 마련을 위해 '임금 반납 동의서'를 받고 있다. 2월 지급될 2022년 경영평과성과급의 20%를 반납하는 내용이다.
16일에는 ‘연봉 및 복리후생관리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해 직원들에게 명절, 기념일에 지급되는 지원비를 폐지하고 회사 창립기념일, 노조창립기념일 유급휴무도 폐지한 사실도 알려졌다.
김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한전 직원들을 향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겠느냐”고 물은 뒤 “공기업 마인드를 버리고 주인 의식으로 무장하는 것”이라고 자답했다.
신년사는 경영자의 한 해 주요 경영방향을 밝히는 의미가 있는 글이다. 김 사장이 신년사에서 직원을 향해 ‘주인 의식’을 강조한 것이 직원을 향한 희생 요구와도 맞닿은 것으로도 보인다.
다만 김 사장이 요구하는 직원의 희생이 타당한지를 놓고 ‘공기업 한전’의 성격과 경영 현실을 고려했을 때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전이 국가의 전력 공급을 책임지는 공기업으로 전기요금 결정부터 사장 임명까지 경영 전반에 걸쳐 정부의 강력한 통제를 받는 만큼 직원 개인에게 재정난의 책임을 묻거나 부담을 지울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동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 전력망 민영화 문제와 대안 모색’ 세미나에서 “한전이 재정난으로 전력망 구축 등에서 여력이 없어진 이유는 한전의 결정 때문이 아니라 중앙정부 및 여러 지방자치단체의 결정에 따른 결과”라고 지적했다.
한전 직원들 사이 반발도 감지된다. 한전이 진행하는 임금 반납 동의를 놓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한전은 망했다. 앞으로 한전이 아닌 '한국반납공사'라고 불러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오는 등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