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3-08-16 12:3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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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LG전자가 2023년 상반기 가전제품의 주요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으로서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구리와 같은 원자재 가격 하락이 하반기에 불어닥칠 경기침체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중국의 경제위기가 전 세계 경제에 연쇄적인 충격을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LG전자가 2023년 상반기 구리, 철강 등 주요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이에 조 사장은 하반기 전장사업의 외형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춰 가전 수요 감소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LG전자의 2023년 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원자재 가격 변화가 올해 상반기 LG전자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 H&A(생활가전)부문은 2023년 상반기 원자재 매입에 6조8378억 원을 사용했는데 이는 2022년 상반기 7조4692억 원과 비교해 10% 정도 줄어든 수치다. HE(TV)부문 원자재 구매 규모는 3조8996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0%나 줄어들었다.
LG전자의 올해 상반기 매출이 2022년 상반기보다 16% 증가했는데도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재료비가 줄어 수익성 확보에 보탬이 됐다.
LG전자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2조7351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00억 원 정도 증가했다. 상반기 제너럴모터스(GM) '쉐보레 볼트 EV' 리콜 관련 1회성 비용 1510억 원이 반영된 점을 고려하면 1700억 원가량 영업이익이 증가한 셈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가전제품의 주재료 가운데 하나인 철강 가격은 2022년 상반기 대비 11.7%, 구리는 5%, 플라스틱과 비슷한 소재인 레진은 9.7% 하락했다.
같은 기간 TV를 담당하는 HE사업부의 주요 부품인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은 22.6%, TV 및 AV(오디오, 비디오) 부품용 칩 가격은 13.9% 떨어졌다.
이런 원자재 가격의 하향 안정 추세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 가전제품에 가장 많이 쓰이는 철강의 원재료 철광석 가격은 올해 3월부터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2월 평균 톤당 126.21달러까지 올랐던 철광석 가격은 8월14일 기준 104.63달러까지 내려왔다.
가전제품부터 건설, 설비까지 현대 사회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구리 가격은 올해 1월 평균 톤당 8999.79달러였지만 8월15일 기준 8126.5달러까지 급락했고 이와 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철광석, 구리 등을 주 원재료로 사용하는 LG전자 입장에서는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 LG전자 UP가전 라인업 모습. < LG전자 >
하지만 글로벌 경기의 ‘바로미터’로도 불리는 구리 가격의 하락은 곧 ‘경기침체’를 신호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최근 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중국 금융, 실물경제로 옮겨붙으면서 글로벌 경기침체가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까지 제기된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7월 동행지표(생산, 수출, 소비, 투자)는 대내외 수요 부진으로 공히 부진했는데 경기 모멘텀 둔화가 지속되면서 더블딥과 디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습”이라며 “부동산 시장이 반등하지 못하면 중국 경기의 추가 위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전자의 중국 매출 비중은 2%대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글로벌 최대 전자제품 생산국이자 소비시장인 중국이 경제위기를 겪는다면 전 세계적으로 가전제품 수요도 얼어붙어 LG전자에도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조주완 사장은 올해 하반기 가전부문의 매출 감소를 전장부문 매출 확대로 상쇄해 타격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4분기에는 LG마그나 멕시코 신공장이 가동돼 전장부문의 외형 확대가 본격화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올해 하반기 가전부문은 유통채널의 보수적 재고 정책으로 지난해 대비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며 “다만 LG마그나 신공장 증설 등으로 전장부문의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