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의 팝아트 거장 앤디 워홀의 대표작인 플라워시리즈 가운데 한 점이 휴대폰 모니터 화면을 가득 채운다.
판매 가격이 수 억 원에 달하지만 부담은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아주 적게는 천 원 투자만으로도 공동 소유자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어서다.
▲ 다양한 기초자산을 소액으로 나눠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조각투자가 8월부터 구체화될 전망이다. 사진은 문화예술 투자플랫폼 소투에서 조각투자 이해를 돕기 위해 홈페이지에서 제공하고 있는 화면.<소투> |
작품 한 켠에 판매가격 32%가 모집됐다는 안내 문구가 깜빡거린다. 공동구매자 참여 현황이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것인데 목록 화면으로 넘어가면 이미 판매된 다른 작품이 올리고 있는 수익률도 확인 가능하다.
서울옥션블루의 문화예술 투자플랫폼 '소투'에서 조각투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시각화 한 설명서다.
8월부터 국내외 유명작가 대표 작품 등을 소액에 구입 소장하고, 잠실 시그니엘 등 초고층 레지던스 일부에 투자해 임대인 지위를 누릴 수 있는 투자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금융감독원이 7월 31일 금융당국의 제재 면제를 받은 조각투자회사 5곳 중에서 8월 중으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하며 신고서 서식을 전면 개편한다고 밝히면서다.
미술품이나 음원, 부동산 심지어 한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초자산을 소액으로 잘게 나눠 주식처럼 사고 파는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 금융당국 인가로 내년 토큰증권(STO) 시장이 본격 열리면서 투자 밑그림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조각투자란 2인 이상의 투자자가 실물 자산이나 그 밖에 재산 가치가 있는 권리를 나눈 청구권을 매매하는 신종 투자 형태다.
재산 가치가 있는 자산이 모두 증권화 대상이다. 2009년 2월 최초 도입된 투자계약증권은 개념은 있었지만 그동안은 실제로 발행된 사례가 없었다.
기존 영업중인 플랫폼 조각투자에 대해 증권성 논란을 살펴본 금융당국이 스탁키퍼(뱅카우)와 테사, 서울옥션블루(소투), 투게더아트(아트투게더), 열매컴퍼니(아트앤가이드)에 대해 제재 면제를 부여했다.
어렵사리 증권성을 인정받은 만큼 이들 업체는 증권신고서를 조만간 제출하고 사업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개정된 증권신고서 서식에는 기존 조각투자 사업자에 적용되던 사업 재편 요건이 반영됐다. 이에 따라 신규 사업자도 동일한 사업 구조를 가졌는지 여부를 투자자가 명확히 알고 투자할 수 있도록 기준을 세웠다.
신규 사업자는 회사가 부도를 당해도 해당 자산은 재산적 침해를 받지 않는 도산 절연 장치를 마련하고 투자자 예치금을 별도 예치해야 한다.
설명 자료와 광고 기준을 마련하고 분쟁 처리 방법, 사업 중단 시 누가 업무 수행을 하는지도 상세히 기재해야 한다. 기존에는 증권선물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했지만 향후 신규 사업자들은 사업 구조가 비슷하다면 공시할 수 있다.
동일 신고서 내 복수의 증권 발행(합산 발생)과 복수 자산을 기초로 한 증권의 발행(패키지 발행)도 가능해진다. 금감원은 향후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투자계약증권의 특성 및 발행 관련 30여 개의 질의응답 사례를 제시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의 조각투자 문호를 활짝 열면서 금융투자업계 발걸음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증권업계가 새 먹거리 마련에 적극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다.
올해 3월 SK텔레콤과 토큰증권 사업을 위한 컨소시엄을 결성한 미래에셋증권은 STO 발행업체들이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통합플랫폼 서비스를 내년 초 오픈할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도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 은행들과 함께 '한국투자 ST 프렌즈'를 결성하고 차별화된 STO 상품을 유통시킨다는 그림을 구체화하고 있다.
SK증권은 디지털사업본부를 포함한 디지털 부문을 확대, 신설하고 최고디지털책임자(CDO)를 임명했다. 교보증권은 디지털 신사업을 추진하는 DT전략부를 개설해 토큰증권 발행, 마이데이터, 디지털 플랫폼 등을 전담하도록 했다.
IBK투자증권은 7월말 STO 관련 기업과 관계자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하반기 내 STO 사업 추진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내년 2분기 내 시범서비스를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최근 블록체인 전문 기술기업 슈퍼블록과 기술협력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STO를 비롯해 블록체인 기반 신규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블록체인·STO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과 상품 개발에 대한 포괄적 기술 자문과 기술 지원을 제공받을 예정이다. 회사는 향후 블록체인 기술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계속해 확대해 자체 STO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토큰증권 시장은 2024년 34조 원을 시작으로 2030년에는 367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개정 서식 및 향후 심사 방안 등에 대해 발행 예정 법인을 대상으로 8월 10일 첫 설명회를 개최한다. 조태진 금융증권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