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AMD 인공지능 반도체 독점 부작용, 투자부담 키워 기술발전 저해

▲ 엔비디아와 AMD 등 소수 기업이 인공지능 반도체시장을 독점하며 투자 여력이 충분한 빅테크 기업에만 유리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엔비디아 GPU 기반 인공지능 반도체 'A100' 이미지. <엔비디아>

[비즈니스포스트] 엔비디아와 AMD가 급성장하는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가격을 높여 IT기업들의 투자 부담을 키우고 있다.

투자 여력이 충분한 소수의 빅테크 기업이 두 회사의 반도체 물량을 대부분 차지하면서 스타트업 등에서 이를 구매하기 어려워져 인공지능 기술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증권전문지 마켓워치에 따르면 엔비디아와 AMD의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증가에도 하반기 IT업체들의 투자 규모는 예상치를 밑도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보고서를 내고 클라우드 업체들이 들이는 투자 금액이 1715억 달러로 기존 예상치를 약 30억 달러 하회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클라우드 업체를 포함한 IT기업들이 GPU(그래픽처리장치) 기반 인공지능 반도체의 가격 부담으로 투자에 다소 소극적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GPU를 활용하는 서버 투자비용은 CPU만 탑재하던 기존의 서버 구축과 비교해 10배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엔비디아와 AMD가 사실상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GPU 인공지능 반도체의 수요를 지나치게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의미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이 ‘대세’로 떠오르며 다수의 IT기업들은 클라우드 등 자사 서비스에 유사한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인공지능 서버 투자를 확대해 왔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해 일부 제품의 가격을 최대 40% 높이는 등 독점적 지위를 활용하며 큰 이득을 보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TSMC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미세공정 파운드리 단가를 꾸준히 인상하고 있어 가격 상승에 힘을 보탰다.

결국 IT업체들이 예산 문제로 클라우드 투자를 축소하거나 속도를 늦추는 사례가 늘어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반도체기업들은 투자 예산이 제한된 시장 상황에 적응해야 할 것”이라며 “지금의 비용 구조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바라봤다.

다만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인공지능 반도체의 최대 고객사는 충분한 투자 여력을 갖추고 있어 공격적인 서버 투자 경쟁을 이어갈 공산이 크다.

결국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IT서비스 업체나 스타트업들이 인공지능 반도체 구매에 더 큰 부담을 느끼면서 인공지능 시장 판도가 빅테크 중심으로 더욱 굳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스타트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털 기업이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반도체를 대신 구매해 제공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다수의 스타트업이 인공지능 반도체를 구매할 비용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벤처캐피털 업체에서 대신 비용을 지불해 인프라 구축을 지원해주는 셈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인공지능 반도체의 비싼 가격은 빅테크 기업들이 스타트업 대비 상당한 이점을 확보하도록 한다”며 “벤처캐피털 업체에서 이례적인 방식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러한 사례는 극소수에 그치는 만큼 빅테크 기업이 스타트업의 성장 기회를 빼앗으며 인공지능 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엔비디아와 AMD 등 기업이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량을 충분히 늘리고 가격도 낮춰 보급을 확대하지 않는 이상 지금과 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은 더 나아가 GPU 기반의 인공지능 반도체에 의존을 낮추기 위해 자체 서비스에 특화한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며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