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바이오사이언스가 영국에서 허가받은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이 해외 음모론의 화두로 떠올랐다. |
[비즈니스포스트]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유럽이름 스카이코비온)’이 얼마 전 영국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으로 승인된 지 약 1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그런데 SK바이오사이언스의 성과를 곱지 않는 눈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백신 음모론자’들이다.
5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살펴보면 일부 영어권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스카이코비온이 항공기를 통해 살포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기이한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
이 음모론은 다른 음모론 ‘켐트레일(chemtrail)’과 함께 거론된다. 켐트레일은 화학(chemical)과 비행운(contrail)을 합친 말로 정부나 비밀조직이 정신 조종, 날씨 조작 등 모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항공기로 화학물질을 뿌린다는 의심을 뜻한다.
스카이코비온에 대해서는 모든 국민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게끔 하려는 정부 의도가 개입돼 있다는 설이 주류다. 트위터 계정 ‘@PhoneixReloaded’는 “영국 정부가 공기를 통해 국가 전체에 백신 접종을 강제하는 계획을 공식 승인했다”며 “군용 항공기로 살포하는 화학 스프레이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런 주장의 근거는 무엇일까? 어이없게도 스카이코비온(SKYCovion)이라는 제품이름 하나뿐이다. 백신 이름에 ‘하늘(SKY)’이 들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항공기를 통한 백신 살포’라는 터무니없는 음모론이 탄생한 것이다. 합성항원 백신 스카이코비온을 mRNA 백신이라고 가리키는 잘못된 정보는 덤이다.
문제는 비약투성이 음모론에 혹하는 사람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위에서 소개한 @PhoneixReloaded의 게시물은 5일 오전 11시 기준 조회수 36만9천 건, 리트윗 3533건, 좋아요 3843건을 기록하는 등 상당한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영국 로이터가 팩트체크 팀을 가동해 진지하게 대응할 정도다. 로이터는 “한국의 코로나19 백신은 SNS 게시물이 거짓으로 주장하듯 항공기로 뿌려지는 것이 아니라 주사로 투여된다”며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독감 백신, 수두 백신 등 다른 백신에도 브랜드 이름으로 ‘SKY’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 '스카이코비원'에 대한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 한 트위터 계정이 스카이코비원을 두고 "군용 항공기로 살포하는 화학 스프레이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이라고 주장하는 모습. <트위터 계정 @PhoneixReloaded> |
SK바이오사이언스의 사례를 제외해도 코로나19 백신이 음모론에 시달린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갑작스러운 질병 확산과 다급하게 백신이 개발되는 과정에 일반인이 모르는 뒷사정이 개입됐으리라 의심하는 시선이 많았다.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인 빌 게이츠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이 백신에 마이크로칩을 심어 인류를 통제하려 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백신과 함께 체내에 들어갈 만한 마이크로칩이 존재하는지, 그것으로 어떻게 인간을 조종하는지, 빌 게이츠 이사장이 대체 왜 그러는지에 대한 논리적 설명이 전무하지만 의외로 믿는 사람들이 많다. 2020년 5월 야후뉴스가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원 44%가 빌 게이츠 음모론을 사실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백신을 맞으면 몸에 자기장이 형성된다거나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설, mRNA 백신이 유전자를 변형시킨다는 설, 코로나19 백신 면역이 코로나19에 걸려 형성된 자연 면역보다 못하다는 설 등이 존재한다.
당국은 이처럼 거짓된 정보를 믿는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 질병예방센터(CDC)는 홈페이지를 통해 백신과 관련한 음모론들에 일일이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하며 “통념을 깨고 사실을 배우십시오”라고 호소하고 있다.
유럽연합이 운영하는 한 웹사이트에는 백신 음모론을 믿는 사람과 대화하기 위한 지침이 소개돼 있다. 상대를 존중하고 자기 성찰을 장려하며 신뢰할 수 있는 정보원을 소개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빠른 결과를 기대하지 말라”는 문장이 씁쓸함을 자아낸다.
다만 이번 영국 허가로부터 비롯된 백신 음모론은 SK바이오사이언스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공산이 크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장차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사용목록(EUA) 등재를 통해 코로나19 백신을 중저개발국가에 공급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미 백신 접종률이 높은 영국으로부터 백신 허가를 받은 것은 국제기구로부터 신뢰받기 위한 징검다리의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스카이코비원은 초저온 설비가 필요한 mRNA 백신과 달리 일반적인 2~8도 냉장 온도에서 보관이 가능해 유통망이 미흡한 중저개발국가에서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