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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통합 물러설 데가 없다, 조원태 미국 유럽 설득 카드는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3-05-25 16: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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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통합 물러설 데가 없다,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8651'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조원태</a> 미국 유럽 설득 카드는
▲ 대한항공이 유럽연합과 미국 경쟁당국의 아시아나항공과 기업결합 승인을 얻으려면 대한항공의 경쟁력을 일부 포기해야만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작업이 9부 능선 앞에서 난기류를 만나 흔들리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3년을 이끌어온 두 회사의 합병 작업도 유럽과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이 없으면 모두 헛일이 된다.
 
조 회장이 두 회사의 합병을 마무리하려면 유럽과 미국 경쟁당국이 요구하는 조건을 사실상 대부분 수용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위해 일부 노선의 슬롯(특정 시간대에 이착륙할 수 있는 권리)을 포기하는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해외 경쟁당국의 요구를 받아들이게 되면 조 회장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놓고 내걸었던 시너지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합병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25일 한진그룹과 증권가 얘기를 종합하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합병과 관련해 유럽과 미국에서 연달아 떠오른 부정적 시각을 차단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증권가는 리스크가 존재하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항공시장도 자국 우선주의 기조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라며 “해외 경쟁당국은 대한항공의 경쟁력 강화를 견제하는 한편 최대한 자국 항공사에게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놓고 유럽연합과 미국에서 부정적 기류가 형성되는 배경에 사실상 보호무역주의가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유럽연합과 미국 경쟁당국은 현재 한국의 1, 2위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한 회사로 합쳐지면 두 회사가 원래 경쟁하던 일부 노선을 사실상 독점하게 돼버린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물론 두 회사의 합병에 따라 소비자 편익이 줄어들 여지가 크다면 이런 우려를 해소하라고 해외 각국이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다. 이는 각 나라의 경쟁당국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럽연합과 미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이 내보인 부정적 시각의 배경에 다른 속뜻이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유럽연합과 미국 경쟁당국이 대한항공을 최대한 압박해 일부 노선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게끔 유도함으로써 최대한 자국 항공사들이 수혜를 볼 수 있도록 판을 짜고 있다는 모양새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영국 경쟁당국에서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승인을 얻어낼 때 일부 슬롯을 양보해야만 했다.

영국 경쟁당국은 지난해 11월 예정됐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함 심사 발표를 한 차례 미뤘다가 대한항공을 설득한 끝에 올해 3월에서야 합병을 승인했다.

이 설득이란 아시아나항공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영국 히스로공항의 슬롯 7개를 영국 항공사인 버진애틀랜틱에 제공하도록 한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승인을 무기로 삼아 대한항공의 경쟁력을 약화시킨 셈이었다.

영국의 선례를 따라 유럽연합과 미국의 경쟁당국까지 대한항공을 압박한다면 조원태 회장으로서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합병을 완주하려면 결국 대한항공이 가진 핵심 경쟁력을 일부 포기해야만 한다는 얘기인데 이는 합병의 정당성을 흔드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한항공이 여태껏 합병과 관련해 법률 자문료로만 1천억 원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후퇴할 곳이 없다는 점이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통합 물러설 데가 없다,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8651'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조원태</a> 미국 유럽 설득 카드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이 유럽과 미국 경쟁당국을 어떻게 설득할지 주목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도 현재까지는 합병 승인 이외에 불허와 같은 ‘플랜B’ 시나리오는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유럽연합과 미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 판단을 얻어내려면 두 경쟁당국이 원하는 입맛에 맞게 대한항공이 최대한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해야만 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해외 승인을 얻는 과정에서 슬롯 및 운수권 반납 등으로 합병 시너지가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이 더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관건은 조 회장이 유럽연합과 미국 경쟁당국을 얼마나 잘 설득하느냐가 될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의 손발을 일부 자르더라도 핵심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을 얻어내는 것이 최선이지만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최근 미국 법무부 관계자들과 직접 만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필요성과 경쟁 제한성 우려 해소 방안 등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업결합이 쉽지 않다는 걸 염두해 두고 긍정적인 시나리오와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모두 놓고 회사와 자문사들이 잘 대비해 준비하고 협상하고 있다"며 “해외 경쟁당국과 상식적인 선에서 소통하고 있는 만큼 현재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보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슬롯을 반납하더라도 운수권은 유지되기 때문에 일부 노선에서 인근 공항에 항공기를 띄우는 식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법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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