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회사들이 동남아 시장 공략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아세안 시장 개척은 코로나19 여파로 주춤했었는데 리오프닝과 맞물려 투자금융 글로벌 스탠다드 확보를 목표로 한 민관 협력이 시작됐다. 특히 정부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세일즈맨을 자처하며 지원 사격에 나설 정도로 아세안 시장 개척에 힘을 쏟고 있다. 금융기업들이 아세안 금융허브인 싱가포르와 함께 수교 50주년을 맞는 인도네시아, ‘포스트 중국’ 베트남, 신흥시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캄보디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비즈니스포스트는 특별취재팀을 꾸려 금융시장 성장 발판을 구축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보고,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3개국에서의 국내 금융업계 활약상을 생생하게 소개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베트남 글 싣는 순서
① 그래도 베트남, ‘포스트 차이나’ 수식어는 유효하다
② 신한베트남은행 강규원 “베트남 진출 30년, 직원·고객·자산 현지화 더 다진다”
③ 우리은행 김범상지점장, 리테일 영토 넓혀 최대 실적 행진 이어간다
④ KB국민은행 김진선지점장 “올해 최우선 목표는 리스크 관리”
⑤ 하나은행 주진규지점장 “수익성과 성장성 놓치지 않을 것”
⑥ 미래에셋증권 강문경 “현지 지점 확대와 디지털화에 주력”
⑦ 한국투자증권 박원상 “목표는 톱티어, 플랫폼 인력 육성에 주력할 것”
⑧ 부산은행 박종관지점장 “성장에 목 마르다, 우량기업 공격영업”
⑨ 대구은행 진영훈지점장 “영업력 강화 ESG 두 토끼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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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선 KB국민은행 호찌민지점장이 18일 베트남 호찌민 엠플라자 빌딩 3층에 있는 KB국민은행 호찌민지점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호찌민=비즈니스포스트] “올해 대출성장 목표가 없다. 리스크관리에 최선을 다하라는 이야기다.”
18일 베트남 KB국민은행 호찌민지점에서 만난 김진선 지점장에게 올해 목표를 묻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은행 지점들은 국내 해외 가릴 것 없이 보통 그 해 달성해야 하는 목표치를 꼭 부여받는다.
목표가 따로 없는 것은 올해 세계경기 등을 고려한 KB국민은행의 정책에 따른 것이라고 김 지점장은 설명했다.
김 지점장은 “본점에서도 베트남 등 신흥국 사정이 어려운 걸 다 알고 있다”며 “올해는 좀 두고봐야 하는 만큼 내부적으로 신흥국들에 대해 증가 목표를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호찌민지점은 올해 부여받은 목표가 없는 대신 리스크관리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김 지점장은 “대출 심사에 좀 더 신경을 쓴다든가 우려가 되는 업체를 찾아가 계속 살핀다든가, 부실 징후가 있으면 회수를 한다든가 하는 식의 작업을 계속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지점장은 올해 베트남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베트남은 제품을 만들어서 미국이나 유럽에 수출하는 제조기업이 기반인데 코로나19 이후 소비가 계속 안 좋다보니 재고가 쌓이고 있다”며 “올해까지는 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당분간 어려움을 예상하면서도 미래를 낙관적으로 기대했다.
김 지점장은 “경기는 계속 왔다 갔다 한다”며 “경기가 안 좋은 건 일시적이고 언제라고 단언할 순 없지만 좋아질 때는 반드시 온다”고 말했다.
베트남에 KB국민은행 법인이 따로 없다 보니 호찌민지점은 한국 본사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담당 직원과 수시로 베트남에 있는 기업고객의 금융 수요를 파악하고 기업의 애로사항도 밀착관리하고 있다. 또 베트남에 진출한 KB금융그룹 계열사와도 주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고객을 위한 최적의 상품 조합을 찾아내려 애쓰고 있다.
KB금융그룹 계열사와 협업이 성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KB국민은행 호찌민지점에 따르면 실제로 호찌민지점을 통해 베트남 해외직접투자를 진행한 특정 업체의 경우 계열사 사이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재산보험 가입을 끌어낼 수 있었다.
KB국민은행 호찌민지점은 베트남에 함께 진출해 있는 하노이지점과도 협력하고 있다. 동일인 한도를 초과하는 대출 고객을 유치했을 때 손을 잡는 식이다.
베트남에서는 동일인 한도 규정이 있어서 지점 1곳이 자본금 15% 이상의 여신을 취급할 수 없다. 예컨대 호찌민지점과 하노이지점이 각각 업체 한 곳에 1500만 달러를 빌려줄 수 있고 호찌민지점에 3천만 달러를 빌려달라는 고객이 찾아오면 하노이지점과 1500만 달러씩 나눠서 대출을 해주는 셈이다.
KB국민은행 호찌민지점은 2011년 1500만 달러의 자본금을 들고 베트남에서 처음 영업을 시작했다. 자본금은 3차례의 증자를 거쳐 1억 달러로 불었고 계속해서 기업금융 중심의 영업을 펼치고 있다.
KB국민은행 하노이지점은 2019년 문을 열었다.
KB국민은행 호찌민지점과 거래하는 고객은 대부분 한국기업이다. 호찌민지점은 고객 범위를 현지 기업으로 넓히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무엇보다 한국과 비교해 베트남 국가와 베트남기업의 신용등급이 낮다 보니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KB국민은행 호찌민지점에는 모두 28명이 근무하고 있다. 지점장을 포함한 주재원이 5명이고 현지직원이 23명이다.
김 지점장이 호찌민으로 온 지는 아직 4개월도 채 되지 않았다. 김 지점장은 호찌민에 오기 전에는 중국 쑤저우에서 7년 6개월 동안 일했다. 4년 6개월은 부지점장으로, 3년은 지점장으로 근무했다.
김 지점장은 인터뷰 내내 누구보다 베트남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호찌민지점의 성과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베트남은 누가 봐도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톱이고 베트남을 능가할 나라는 아직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급격하게 발전할 것이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