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폭염에 엘니뇨까지 커지는 기후 위기감, 올여름 한국 폭우 가능성

▲ 올 여름에는 엘니뇨 발생에 따라 전반적으로 강수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9월 경북 포항시의 농경지가 폭우로 침수된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때 이른 5월 더위에 더해 올해 안에 ‘슈퍼 엘니뇨’의 발생 가능성까지 관측되면서 세계적으로 여름철 극심한 이상기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거 엘니뇨 시기 여름철 날씨를 되짚어 보면 한국에서는 올해 여름은 폭우가 내릴 수 있어 보인다.

21일 세계 주요 기상 관련 기관들의 전망을 살펴보면 올해 하반기 중에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엘니뇨는 태평양 동쪽 적도 인근 바다인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에서 표층 수온이 평년보다 섭씨 0.5도 높아진 상태가 5개월 이상 이어질 때를 의미한다. 반대로 감시구역의 표층 수온이 평년보다 섭씨 0.5도 낮아지는 라니냐와 번갈아 가며 주기적으로 나타난다.

감시구역의 고수온 상태가 5개월째 되는 달을 엘니뇨가 발생한 첫 달로 보는데 현재 감시구역은 중립 상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엘니뇨 발생 가능성을 놓고 5~7월 60%, 7~9월 80%로 바라본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역시 올해 엘니뇨의 발생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국립해양대기국은 엘니뇨가 올해 7월 전에 발생해 적어도 연말까지 이어질 확률이 82%라고 예측했다. 단순한 엘니뇨를 넘어 감시구역 표층 수온이 평년보다 섭씨 1.5도 이상 높아지는 ‘슈퍼 엘니뇨’의 발생 가능성을 놓고도 미국 국립해양대기국은 55%에 이른다고 본다.

엘니뇨는 감시구역의 표층 수온 상승에 따라 전반적으로 지구 기온을 높이는 효과를 내는 데다 이미 인류가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고통받는 상황인 만큼 세계 각국의 긴장감은 크다.

특히 여름이 오기도 전인 5월부터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는 기온이 섭씨 40도 이상으로 치솟는 등 세계 곳곳에서 이상 고온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 역시 16일 강릉이 35.5도까지 올라 1911년 기상관측 시작 이래 가장 높은 5월 기온을 기록하기도 했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 사무총장은 17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엘니뇨가 앞으로 몇 달 안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번 엘니뇨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와 결합해 지구의 온도를 ‘미지의 영역’으로 밀어 넣을 것”이라며 “인류의 건강과 식량 안보, 물 관리 및 환경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고 우리는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엘니뇨는 지구의 대기 순환이 바뀌는 현상인 만큼 한국 역시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통상적으로 과거 엘니뇨가 발생한 시기에 한국의 여름철 날씨를 보면 중부지방을 기준으로 6~7월 장마철에는 강수량이 줄지만 상대적으로 장마철 이후 여름, 가을철 강수량이 늘어난다.

엘니뇨의 영향으로 통상적인 장마 시기인 6월 말에서 7월 초 사이 북태평양 기단이 한반도 쪽으로 강하게 세력을 확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북태평양 기단이 한반도 쪽으로 강하게 확장하지 못하면 기단 경계에 생성되는 장마 전선은 평년과 달리 중부 지방까지 북상하지 못하게 되고 주로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머무르면서 비를 뿌리게 된다. 남부 지방에서는 강수일수가 늘어나면서 평균 기온은 다소 떨어진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남부지방은 극심한 가뭄을 겪었지만 이번 여름에는 과도한 강수량을 걱정해야 하는 셈이다.

장마철 이후부터 초가을 혹은 초겨울까지는 전반적으로 강수량이 증가한다. 엘니뇨가 유발하는 현상이 결합해 한반도로 유입되는 수증기의 양을 늘리기 때문이다.

엘니뇨는 표층 해수의 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인 만큼 바다에서 증발되는 수증기의 양을 늘린다.

또한 엘니뇨가 발생하면 한반도 인근에는 저기압성 순환이 강화된다. 한반도 인근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남서풍을 타고 올라오는 대기의 흐름이 강해지게 되고 엘니뇨로 늘어난 대기 중 수증기의 통로가 된다.

엘니뇨는 1951년 이후 23차례 발생했으며 특히 1972~1973년, 1982~1983년, 1997~1998년, 2015~2016년 등 네 차례는 슈퍼 엘니뇨였다.

2015년에는 전국 강수일수가 1973년 이후 최대치인 14.9일로 많은 날 비가 내렸다. 강수량 역시 평년 대비 267%로 1973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다만 기상현상은 변수가 많아 중장기적으로 확실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기압 배치의 경계가 조금씩만 달라져도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극과 극일 수 있다.

기상청 역시 중기예보를 최대 열흘 정도만 내놓으며 그나마도 시시각각 변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압 배치는 단기간에 이뤄지는 기상 현상인 만큼 현재 시점에서 몇 달 뒤 예측을 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