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3-05-15 14:5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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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씨젠, 바이오노트, 휴마시스 등 코로나19로 수혜를 톡톡히 누리던 체외진단기업들의 분위기가 1년 만에 확 바뀌었다. 매출이 급감한 것은 물론 손해까지 보고 있다.
줄어든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한다. 진단기업들은 신규 제품 개발, 기업 인수, 현지 법인 설립 등을 추진하며 해외사업 확대에 힘쓰는 중이다.
▲ 국내 체외진단기업들이 코로나19 수혜가 끝나며 실적이 급감해 해외사업 등 신사업의 향방이 주목된다. 사진은 코로나19 진단 키드.
15일 씨젠과 바이오노트, 휴마시스의 1분기 실적을 종합하면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괴리감이 크다.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이 기업들은 분기마다 수천억 원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당시 씨젠은 매출 4515억 원, 영업이익 1997억 원을 기록했고 바이오노트는 매출 2762억 원, 영업이익 2167억 원을 거뒀다. 휴마시스는 매출 3264억 원에 영업이익 2032억 원을 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들어서는 3개 기업 모두 일제히 적자로 돌아서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매출 자체도 대폭 감소했다. 씨젠 매출은 900억 원으로, 바이오노트 매출은 212억 원으로 각각 쪼그라들었다. 휴마시스 매출은 34억 원에 그쳐 100억 원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진단기업들이 1년 만에 ‘적자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 까닭은 주요 수입원이었던 코로나19 진단 수요가 대거 위축됐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방역정책을 완화하면서 의무적인 검사를 할 필요가 줄자 그만큼 진단제품 판매도 줄어든 것이다.
시장에서는 진단기업들이 더는 코로나19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6일 코로나19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3년4개월 만에 해제했다. 우리나라도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하며 엔데믹 대열에 합류했다.
이에 따라 진단기업들은 코로나19에 의존하지 않는 사업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해외시장을 개척하려는 노력이 눈에 띈다.
먼저 씨젠을 보면 미국 분자진단(PCR)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현지 법인을 중심으로 제품 개발과 생산을 진행하는 중이다. 1분기 미국에서 연구용(RUO) 진단제품을 처음 생산한 데 이어 신규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또 호흡기 바이러스 4종을 동시에 검사하는 진단제품의 임상을 진행해 올해 안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해외 기업과 기술공유를 통해 진단제품 수요를 창출하는 프로젝트도 궤도에 올랐다. 3월 이스라엘 진단기업 하이랩과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하고 현지용 제품 개발 논의에 들어갔다.
최근 코스닥에 상장한 바이오노트는 진단제품 원료, 동물용 진단제품 등을 전문으로 한다. 국내 최대 진단기업 중 하나인 에스디바이오센서를 관계사로 두고 있다.
바이오노트는 앞서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인수한 미국 진단기업 메리디안바이오사이언스와 협력해 진단제품 원료사업 관련 시너지를 모색하고 있다. 바이오노트는 원료 생산능력이 뛰어난 한편 메리디안은 신뢰성 있는 브랜드와 고객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에스디바이오센서와 별도로 국내외 원료업체와 북미 유통업체에 대한 인수합병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와 함께 신규 개발한 동물용 진단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미국 유통사와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휴마시스의 경우 작년부터 싱가포르와 아프리카 등 세계 의료기기 전시회에 참여하며 고객 외연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법인도 세웠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신규 제품의 미국 승인절차를 진행하는 등 북미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다만 휴마시스에는 코로나19 엔데믹 이외의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앞서 셀트리온과 맺었던 코로나19 진단키트 공급계약이 해지되는 과정에서 계약 해지의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1월 양사간 소송이 시작된 것이다. 셀트리온이 휴마시스에 청구한 손해배상 규모는 602억 원에 이른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