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우리은행의 행장 선임이 늦어지며 우리금융지주의 올해 국내 금융지주 '3위 싸움'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했다.
2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순영업수익 2조1100억 원, 영업이익 1조1420억 원, 순이익 8630억 원을 거뒀다. 2022년 1분기보다 순영업수익은 11.3%, 영업이익은 15.1%, 순이익은 19.9% 증가했다.
▲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5월 말까지 우리은행 행장 선임 과정이 이어지며 하나은행과의 실적 경쟁에서 본격적 투자 결정을 할 행장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
순이익 등에서 상승세를 탄 셈이지만 경쟁사와 비교하면 마냥 좋은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
우리금융지주와 국내 금융지주 3위 싸움을 하는 하나금융지주의 은행 계열사 하나은행이 우리은행보다 순이익에서 1077억 원 앞섰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올해 1분기 순이익 9707억 원을 냈다.
1분기는 올해 시작하는 3개월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은행이 밀린 2022년 실적에서는 우리은행이 1분기 순이익에서 하나은행보다 약 400억 원 앞섰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은행은 하나은행에 2022년 3분기까지 1297억 원의 순이익 격차를 벌리기도 했지만 4분기에 뒤집히며 1년 실적에서는 2494억 원 격차로 역전을 당했다.
우리은행은 2022년뿐만 아니라 2021년에도 3분기까지 앞섰지만 4분기에 역전당하기도 했다. 2년 연속 앞서가다 뒤집힌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초반부터 큰 격차가 벌어졌다. 1분기부터 1천억 원이 넘는 격차가 발생한 것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우리은행이 1분기부터 하나은행에 크게 밀린 이유로 은행장의 부재를 꼽는다.
우리은행은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이 갑작스러운 사임을 표명한 3월7일부터 새로운 행장을 뽑기 위한 선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행장 후보로는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이사,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이사, 이석태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장, 강신국 기업투자금융부문장 등 4명이 올랐다.
우리은행은 향후 전문가 심층 인터뷰, 평판 조회, 업무역량 평가, 심층면접 등을 진행해 5월 말에야 최종 후보를 선정하기로 했다.
사임한 이 전 행장이 아직 자리에 남아 일반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지만 책임을 지고 본격적 투자 결정 등을 내릴 행장은 5월 말까지 공석이다.
이 전 행장의 사임 발표가 급작스럽기도 했고 향후 공정한 과정을 통해 행장을 뽑겠다는
임종룡 회장의 의지가 반영돼 행장 선임 프로그램이 오래 걸리게 된 것으로 여겨진다.
그 결과 우리금융지주에서 3위 금융지주 싸움을 할 선봉이 올해 2분기를 다 보내는 동안 흔들리게 됐다.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지주 안에서 약 85%의 순이익을 책임지는 핵심 계열사다. 하나금융지주와 실적 경쟁에서 가장 큰 몫을 해줘야 한다.
우리은행은 실적뿐만 아니라 우리금융지주 안 계열사 사이에서 시너지를 내는 것에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금융지주는 디지털 전환을 진행하며 디지털 플랫폼 우리WON뱅킹, 우리WON카 등을 만들었다.
우리WON뱅킹은 은행업무와 함께 카드, 증권, 보험, 캐피탈 등 주요 금융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유니버셜 뱅킹 서비스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우리금융지주의 우리WON카에는 우리은행,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 등이 참여하고 있다. 신차대출, 중고차대출, 신용대출, 전환대출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고객에게 맞는 최적 상품도 추천한다.
우리금융지주는 국내에서 자동차금융을 전개하며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해외 진출에서도 은행과 함께 자동차금융을 중심축으로 삼고 있는데 국내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디지털 전환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한 국내 디지털 플랫폼 시너지 경험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사업에서도 중요한 자산이 된다.
금융지주 3위 경쟁과 계열사 디지털 시너지 등에서 모두 중책을 맡고 있는 우리은행이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하나은행에 밀리게 된다면 올해 금융지주 3위 싸움 결과는 불 보듯 뻔하게 끝날 수도 있어 보인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