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3-02-15 12: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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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GC녹십자가 혈액제제의 미국 판매를 허가받는 데 필요한 생산시설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실사 일정을 마침내 확정했다.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은 여러 해 동안 미국 혈액제제시장 진출을 추진해왔다. 새로운 시장 개척을 통해 GC녹십자의 실적 성장세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의 주요 프로젝트인 혈액제제 미국 진출을 위한 FDA 실사 일정이 확정됐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는 혈액제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주 10%' 생산시설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실사 일정을 4월 중순으로 확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 실사 일정이 확정돼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실사가 완료되면 GC녹십자는 하반기 품목허가(BLA)를 신청해 내년 상반기 허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다올투자증권은 "타임라인대로 잘 진행만 된다면 올해 안에 FDA 허가가 가능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허 사장의 오랜 숙원인 혈액제제의 미국 판매가 가까워진 셈이다.
허 사장은 앞서 2015년 11월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5%의 미국 허가를 신청하면서 본격적으로 혈액제제의 미국 진출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제조공정 관련 자료 미비로 FDA의 문턱을 넘는 데는 실패했다.
이에 허 사장은 포기하지 않고 농도가 더 높은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로 방향을 바꿔 허가에 다시 도전하고 있다. 특히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리는 현장 실사를 통과하는 데 힘을 쓰는 중이다. 현장 실사는 의약품이 적정한 기준에 따라 생산되는지 점검하는 절차다.
GC녹십자는 앞서 2021년 4분기 FDA로부터 충북 오창의 혈액제제 생산시설에 대한 비대면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코로나19로 FDA의 방문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대면 평가로 현장 실사를 대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FDA는 지난해 초 현장 실사가 필요하다고 GC녹십자에 통보했다.
이후 허 사장은 FDA와 실사 일정을 논의하는 한편 전문가들과 팀을 꾸려 모의 실사를 진행하는 등 실사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3년 미국 혈액제제 판매를 승인받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혈액제제는 GC녹십자에서 가장 사업규모가 큰 분야다. 지난해 GC녹십자의 사업부문별 매출을 보면 혈액제제 4204억 원, 처방의약품 3777억 원, 백신제제 2564억 원, 소비자헬스케어 1904억 원 등으로 혈액제제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이런 GC녹십자 혈액제제사업을 더욱 성장시킬 수 있는 무대로 평가된다. 미국 혈액제제시장 규모는 2016부터 연평균 12%씩 성장해 2021년 96억 달러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혈액제제 미국 진출은 GC녹십자가 실적 신기록을 또다시 갱신하기 위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지난해 GC녹십자는 연결기준 매출이 1년 전보다 11%가량 증가한 1조7113억 원에 이르렀다. 역대 최대 기록이다. 이는 허 사장이 GC녹십자 단독대표에 오른 2016년과 비교하면 약 43% 성장한 수준이다.
허 사장이 앞으로도 비슷한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혈액제제 쪽에서 새로운 매출처를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른 주력사업인 독감 백신이 올해 경쟁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시장 재진입 등으로 성장이 제한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사업환경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감소한 헌혈 등으로 혈액제제시장은 현재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며 "독감 백신은 경쟁 심화로 성장 폭이 제한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