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이 베트남 출장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오른쪽)을 만나 반도체 분야 투자에 관해 논의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
[비즈니스포스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베트남 출장을 떠났다.
이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주석을 만나는데 반도체 분야 투자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2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이 이번 베트남 출장에서 푹 주석과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 분야 협력을 논의하면서 반도체 관련 투자 논의도 함께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을 아시아 핵심 생산기지로 삼고 스마트폰과 TV, 디스플레이, 배터리, 카메라 모듈 등을 생산하고 있는데 베트남 정부가 적극적 투자유치 정책을 펴고 있어 반도체 생산거점 다변화의 대상 지역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재용 회장이 베트남 반도체 투자에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이유로는 첫째 현지 정부의 투자 유치를 위한 적극적 태도가 꼽힌다. 베트남 정부는 그동안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푹 베트남 주석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경영진을 만난 자리에서 여러 차례 삼성전자에 반도체 공장을 베트남에 지어줄 것으로 요청한 바 있다.
푹 주석은 2018년에는 “삼성의 성공이 곧 베트남의 성공”이라고 말했으며 2020년엔 “향후 삼성이 베트남에도 반도체 공장을 지어 전기·전자 산업 공급망을 보완해 줄 것을 희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 만큼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반도체 투자를 단행한다면 현지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베트남에 반도체 투자를 검토할 만한 두 번째 이유로는 지정학적 위험을 들 수 있다.
미국 정부는 경제안보적 관점에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기 위해 중국 내 반도체 장비 반입을 금지하는 등 무역제재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 공장을 두고 있어 미국과 중국 사이 ‘무역전쟁’이 심화될 경우 사업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중국의 인접국가인 베트남이 차선책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중국과 비교해 베트남의 산업기반과 인건비 측면에서 경쟁력이 높은 점도 삼성전자의 생산라인 구축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근거 가운데 하나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베트남의 숙련노동자 임금은 월 424달러로 중국의 숙련노동자 임금 783달러와 비교해 절반이 조금 넘는다.
이와 같은 베트남의 평균 임금 수준은 말레이시아(숙련자 임금 784달러)와 태국(숙련자 임금 699달러)와 비교해도 저렴한 것으로 파악된다.
스캇포스터 반도체 분석가 겸 아시아타임스 칼럼니스트는 “베트남은 임금이 낮아 적절한 투자자를 확보하면 패키징을 비롯한 반도체 생산부문에서 수익성과 생산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생산기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 이 회장이 베트남 반도체 투자를 검토할 이유로는 재생에너지 확보 문제가 있다.
여기에 베트남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국가 에너지 효율 프로그램(VNEEP)을 수립해 지난해 기준 재생에너지 비율을 10%로 끌어올려 탄소중립 시대에 반도체 생산에 적합한 환경을 꾸려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베트남의 이와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4.7%)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한국전력공사가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2021년 전력다소비 기업 순위’ 자료를 보면 베트남과 비교해 열악한 한국의 재생에너지 인프라 상황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삼성전자는 2021년 기준 18.4TWh(테라와트시, 1024GWh)의 전기를 사용해 전력다소비 기업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같은 기간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확보한 신재생에너지는 전체 사용전력의 3%에도 미치지 못하는 500GWh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반도체 생산에는 많은 전력과 용수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국제적으로 재생에너지 비율을 글로벌 기업에게 높이도록 요구하는 RE100과 같은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어 삼성전자로서는 베트남에 투자하는 것이 매력적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9월 새 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하면서 재생에너지 사용량 확대를 천명한 바 있다는 점도 이런 시선에 힘을 보탠다.
베트남 경제정보매체 베트남브리핑은 9월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2023년에는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에서 반도체 관련 산업으로 베트남에 대한 투자 방향성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베트남 브리핑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반입을 제한하면서 베트남이 최적의 대체 생산기지로 부상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의 추가 진입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