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민의힘 내 '친윤석열(친윤)계'와 비윤계 차기 당권주자들 사이에 이태원 참사의 정부 책임론을 놓고 태도가 엇갈린다.
이태원 참사 이후 전당대회 관련 논의가 쑥 들어간 상황에서 전당대회 전초전이라 할 정도로 각 차기 당권주자들마다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 국민의힘 내 친윤계와 비윤계 당권주자들 사이에 이태원 참사의 정부 책임론을 놓고 태도가 엇갈린다.
(왼쪽부터)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나경원 저출산고령위원회 부위원장,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이 끝나면서 본격적으로 책임규명 정국이 시작되는 가운데 정부 책임론을 놓고 국민의힘 내에선 친윤계와 비윤계 당권주자들 사이 온도차이를 보이고 있다.
참사 초반만 해도 국민의힘 당내 주류인 친윤계는 애도와 수습에 집중하자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부 책임론이 확산하지 않도록 하는 데 주의를 기울였다.
하지만 경찰의 부실대응 논란이 불거진 이후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공개적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는 등 달라진 기류가 엿보인다.
경찰 대응이 미흡했다는 증거가 드러난 상황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정부가 책임을 회피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차기 당권주자들 사이에는 전당대회를 의식한 듯 조금씩 다른 모습이 엿보인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김기현 의원은 정부책임론이 확산하지 않도록 앞장 서서 연일 민주당을 견제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안타까운 죽음을 정치권력 찬탈의 희생물로 삼으려는 '촛불 호소인'들의 선동은 고인과 유족들에 대한 2차 가해행위이며 촛불에 대한 모독"이라고 적었다.
이뿐 아니라 "최근 얼굴에서 수심이 사라지고 웃음기 띤 모습을 자주 보이는 이재명 대표도 어쩌면 문재인 전 대통령처럼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속지 않는다"며 이재명 대표를 저격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전날에도 페이스북에 "이번 이태원 사고의 책임이 기본적으로 현 정부에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민주당 또한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부실 늑장 대응으로 질타를 받고 있는 현 경찰체제 및 안전 시스템은 문재인 정권에서 고착화된 것이고 검수완박으로 경찰 권력을 공룡처럼 비대화시킨 것도 문재인 정권"이라며 "대기발령 조치를 받은 용산경찰서장이나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 모두 문재인 정권 때 출세하면서 중요보직에 임명된 간부들"이라고 지적했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이 조계사 위령법회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직접 사과하기 전까지 비판 여론이 일자 윤 대통령을 옹호했다.
나 부위원장은 2일 KBC광주방송 '여의도초대석'과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지금까지 행보 자체가 사과의 표현 아니었을까 생각한다"며 "사실 지금 송구하다, 죄송하다는 한마디로 국민께 위로가 되겠느냐 조금 더 정리와 수습이 되면 정중히 사과하시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나 부위원장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 적합도를 물었을 때 국민의힘 지지층에 한정하는 경우에 1위를 달리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친윤계를 규합하고 '윤심'을 등에 업을 수 있다면 당권을 잡을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친윤계 당권주자들과 달리 '비윤'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여권 내에서 가장 먼저 이상민 장관의 파면을 요구하고 이태원 참사 관련 외신 기자회견에서 농담을 하고 웃음을 보인 한덕수 국무총리를 질타하며 경질을 촉구하기도 했다.
정부 책임론이 점차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 친윤계와 다른 목소리를 내며 중도층을 공략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친윤계와 접점을 늘려가던 안철수 의원도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선 친윤계와 결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 의원은 2일 페이스북에 "윤희근 경찰청장을 즉시 경질하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사고 수습 후 자진사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안 의원은 3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같은 내용이라도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말했는가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주장은 같지만 저는 그게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고 그게 당과 정부를 위하는 길이라 생각해서 말했고 다른 분은 다른 의도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 아닌가"라고 말하며 유승민 전 의원과는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당내 역학구도에 친윤계의 결집이 약해지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안 의원도 친윤계와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고집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9월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윤계 주호영 의원이 61표, 비윤계 이용호 의원이 42표를 받았다. 10월25일 국회 후반기 여당 몫 국회부의장 1차 투표에서는 친윤계가 지지한 정우택 의원이 40표, 비윤계 서병수 의원이 39표로 집계됐다. 2차 투표에서 정우택 의원이 49표를 얻어 서병수 의원을 2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