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흥국생명이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의 경색이 쉽사리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글로벌시장에서 한국 채권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돼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한층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 흥국생명이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흥국생명 본사. <연합뉴스> |
3일 금융업계 안팎에서는 흥국생명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 미행사로 글로벌시장에서 한국 채권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물론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을 실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채무불이행이 되는 것은 아니다. 명목상으로 조기상환이 부여된 신종자본증권의 발행사가 조기상환 여부를 임의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돼있다.
다만 투자자 사이에서 최초 조기상환 도래 시점을 해당 증권의 실질적 만기일로 인식하고 있어 관행적으로 증권을 발행한 기업들도 자본시장과의 관계를 고려해 조기상환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발행사가 조기상환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자본시장에서 불안한 징후로 여겨져 투자 신뢰도가 급격히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은행도 2009년 금융시장이 경색된 탓에 외화 후순위채권에 대한 조기상환을 행사하지 않은 적이 있다.
정원하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2일 보고서를 통해 “당시 우리은행의 조기상환 미행사로 글로벌시장의 신용부도스와프(CDS)프리미엄이 급격히 상승하는 등 자본시장 내에서 평판이 악화됐고 나아가 한국 채권에 대한 해외 투자심리도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태는 향후 다른 보험사의 자금조달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됐다.
과거 일부 보험사들은 2017년부터 2018년 사이에 해외 채권시장을 통해 22억 달러(약 2조 원 이상)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바 있다.
이 가운데 13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조기상환 행사가 2023년부터 예정돼 있는 상황이다. 한화생명은 내년 4월(10억 달러), KDB생명은 내년 5월(3억 달러)이다.
정 연구원은 “이번 조기상환 미행사 공시로 인해 국내외 자금시장 내 불확실성이 일부 확대됨에 따라 차환 목적으로 신규 외부 자금을 조달하려고 한 회사들의 경우 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 연구원은 “다만 채권시장 안정화 정책이 점진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개별 회사별 보유 재원, 추가적 보완자본 발행 여력 등이 상이한 점은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흥국생명은 9일로 조기상환일이 도래하는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흥국생명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상환 자금을 조달하려고 했지만 최근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차환 발행에 차질이 생기자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