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수준을 보이면서 물가 상승이 정점을 찍었다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한국과 미국의 금리인상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미국이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와 한국은행이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총재. |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물가 상승이 둔화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10일(현지시각) 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40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을 보였던 6월 9.1%보다 낮아진 것으로 시장 예상치였던 8.7%도 밑도는 수치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월을 정점으로 상승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보여진다”며 “에너지 가격과 공급망 차질 우려가 완화되고 있는 만큼 물가는 정점을 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물가상승 둔화에 힘입어 연방준비제도도 공격적 긴축정책을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는 물가 상승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큰 폭의 추가 금리인상을 지속적으로 예고해 왔는데 시장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통화정책 방향성을 수정할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송주연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자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0.75%포인트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대됐는데 이번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이후 0.5%포인트 금리인상 전망이 우세해졌다”고 분석했다.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폭을 예측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는 7월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이후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확률을 기존 32%에서 57.5%로 높였다. 반면 0.75%포인트 인상 확률은 68%에서 42.5%로 낮췄다.
당초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가 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9월21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다시 한번 단행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앞서 연방준비제도는 6월과 7월에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각각 0.75%포인트 올리는 결정을 내렸다.
미국 물가상승 둔화 가능성이 나오면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연방준비제도가 또 다시 기준금리를 자이언트스텝으로 끌어올린다면 금리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어 이 총재도 국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높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이후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속도가 조정될 여지가 있어 이 총재는 25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0.25%포인트 수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유가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해 물가 상승세가 완전히 꺾였다는 판단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7월 연방공개시장회의에서 재차 근원 물가의 중요성을 강조했듯이 근원 물가 하락세를 추가로 확인하기 전까지 연방준비제도는 물가안정을 위해 갈 길을 갈 것이다”고 내다봤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