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ATL 멕시코에 공장 추진, LG 삼성 SK와 전기차 배터리 경쟁 예고

▲ 중국 CATL이 미국 멕시코에 배터리공장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CATL 독일 뮌헨 배터리공장.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업체인 중국 CATL이 멕시코에 생산공장 신설을 추진하며 여러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는 외국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중국 기업이 미국에서 배터리공장을 짓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미국 진출을 가속화하는 한국 배터리 3사에 맞서기 위한 우회로를 찾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는 18일 관계자로부터 입수한 정보를 인용해 CATL이 멕시코에서 최소 2곳의 신규 배터리공장 후보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ATL이 공장 신설을 검토하는 부지는 모두 미국 텍사스주와 인접한 지역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CATL은 테슬라 및 포드의 미국 전기차공장에 배터리 공급을 염두에 두고 50억 달러(약 6조6천억 원) 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CATL이 미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현지 배터리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는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중국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지속해 왔던 CATL이 글로벌 전기차 기업들로부터 배터리 공급과 관련해 ‘러브콜’을 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CATL이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건설하는 일은 미국 정부와 중국의 관계 악화 등 상황을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바이든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와 반도체 등 첨단 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에 의존을 낮추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 3사가 지난해부터 미국에 잇따라 대규모 공장 투자 계획을 내놓은 점도 미국 정부의 이런 기조 아래서 추진되기 시작했다.

기술력과 생산 능력 측면에서 우수성을 갖추고 있는 한국 배터리업체가 미국에 대규모 생산라인을 구축한다면 현지 전기차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배터리 물량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등 영향으로 전기차 배터리 원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상황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한국 배터리 3사가 생산하는 삼원계(NCM) 배터리 원가가 중국 배터리업체들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보다 높아 소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상승폭도 훨씬 크게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와 포드 등 완성차기업은 이런 상황에 대응해 중국 배터리업체에서 LFP 배터리를 적극 사들이거나 앞으로 전기차 주력 상품에 LFP 배터리 탑재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CATL의 멕시코 배터리공장 신설은 결국 이런 고객사들의 LFP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는 데 맞춰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CATL 멕시코에 공장 추진, LG 삼성 SK와 전기차 배터리 경쟁 예고

▲ 포드와 SK온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전기차 배터리공장 조감도.

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세계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CATL의 점유율은 약 34%로 한국 배터리 3사의 점유율 총합인 26%를 크게 뛰어넘고 있다.

CATL이 공장 투자를 마치고 미국 고객사에 전기차 배터리를 본격적으로 공급하기 시작한다면 미국에 배터리공장을 신설한 한국업체들과 맞경쟁을 벌일 수 있게 된다.

미국 배터리공장 신설을 성장에 중요한 기회로 노리고 있던 한국 배터리 3사가 CATL에 강력한 위협을 받게 되는 셈이다.

특히 SK온은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을 통해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만큼 포드가 CATL의 배터리 수급을 추진하는 데 따라 공급 물량 측면에서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CATL이 미국 내 고객사 다변화를 추진한다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도 GM 등 고객사 배터리 공급 물량을 지켜낼 수 있을지 낙관하기 어려워진다.

현재 CATL이 추진하고 있는 50억 달러의 시설 투자 규모는 한국 배터리3사가 미국 공장 1곳에 들이는 평균 투자 금액의 3배 이상에 이른다.

CATL은 배터리 출하량뿐 아니라 기술력 측면에서도 앞서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테슬라와 같은 주요 고객사에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독일 뮌헨에 신설한 공장도 이른 시일에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어 유럽 고객사를 공략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배터리 3사가 그동안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CATL과 직접 경쟁을 피하면서 유럽 및 미국 고객사 확보에 성과를 냈지만 이제는 만만찮은 경쟁상대를 직면하게 되는 셈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직 CATL의 최종 투자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으며 멕시코뿐 아니라 미국에도 배터리공장을 신설하는 방안이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