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3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영향으로 전북 무안국제공항의 대합실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공항공사가 지방공항의 만성적 적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다만 각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중앙정치권에서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공항의 신축이나 확장에만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인 만큼 지방공항의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14일부터 포항공항은 포항경주공항으로 이름이 바뀐다. 국내 공항 가운데 이름이 바뀐 첫 사례다. 한국공항공사는 15일에 명칭 변경 기념식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명칭 변경의 주요 원인은 포항공항의 만성적 적자다.
포항공항은 1970년 건설된 뒤 오랜 기간 경북지역의 유일한 공항으로서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2011년 신경주역, 2014년 포항역 등 인근지역으로 고속철도가 다니기 시작하면서 이용객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포항공항의 연간 이용객은 1997년에 112만 명이었지만 고속철도 개통 이후 6만~9만 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공항 이용객의 급감에 따라 포항공항의 수익성도 악화해 2017년 이후 매년 100억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
포항공항이 수익성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관광객 유치 등 지역경기 활성화에 고심하던 경주시가 2020년 12월 포항시와 합의를 통해 한국공항공사에 공항명칭 변경을 요구하게 된다. 이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심의회 등 절차를 거쳐 명칭변경이 최종적으로 확정됐다.
명칭변경을 통해 포항경주공항은 포항과 경주 두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재정지원과 교통편 연결 등 정책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포항경주공항은 공항을 놓고 지방자치단체 사이 협의가 긍정적으로 마무리된 보기 드문 사례다.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들은 기존 공항의 통합이나 신축을 통해 공항을 유치하는데 경쟁을 벌이고 있다.
포항경주공항과 관련해서도 김두겸 울산시장은 1일 취임 뒤 기자간담회에서 “장기과제가 되더라도 경주, 포항을 아우르는 신라권 통합공항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울산공항이 수요부족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인근 공항과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포항경주공항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명칭까지 바꾸며 새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포항시와 경주시에서는 김 시장의 발언에 대체적으로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밖에 대구와 경북, 광주와 무안 등 다른 지역에서도 공항통합 문제를 놓고는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7월1일부터 민선 8기 지방자치단체가 출범하면서 공항유치 경쟁은 불이 붙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5일 기자회견에서 “하늘길을 열어 지방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공항유치를 향한 지자체장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중앙정치권에서도 공항건설 다툼이 치열하다.
2020년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부산, 경남지역의 민심을 얻기 위해 당 차원에서 가덕도신공항을 꺼내 들었다. 당시 밀양을 영남권 통합 신공항부지로 밀고 있던 경북권에서는 지자체장들이 반대성명을 내는 등 강학게 반발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가덕도신공항, 대구경북통합공항, 제주2공항, 새만금공항 등 4대 공항의 신축과 무안, 청주, 서산, 울산 등 4개 공항의 확장을 대선공약과 국정과제로 내걸었다.
지방과 중앙 정치권의 지방공항 설립 추진은 실제 공항운영을 담당하는 한국공항공사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공항공사는 현재 14개 지방공항을 운영하고 있으나 이들 지방공항 가운데 코로나19 이전에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 온 공항은 김포, 김해, 제주, 대구 등 네 곳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코로나19 확산 이후인 2020년부터는 제주공항을 제외하고 모두 적자로 돌아섰다. 2021년에 제주공항 외 13개 지방공항이 낸 영업손실은 2천억 원이 넘는다.
‘지방공항은 활주로에서 고추 말린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올 정도로 이미 국토 면적이나 국내 항공여객 수요 대비 공항이 너무 많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앙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현재 신축이 추진되는 지방공항은 가덕도신공항을 비롯해 울릉, 새만금, 흑산도, 서산, 제주 제2공항 등 10개나 된다.
윤형중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취임 직후부터 내세우고 있는 ‘글로컬 전략’ 역시 국내 항공수요의 한계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결론으로 보인다. 지방공항의 수익성을 개선하려면 해외수요를 끌어오는 일이 필수라는 것이다.
윤 사장은 5월24일 정례브리핑에서 “국제선 재개를 최우선 핵심과제로 삼아 지방공항의 세계성과 지역성을 아우르는 초융합 글로컬 전략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