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금호석유화학이 경영권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을 일단락 지었다.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는 어수선한 회사 분위기를 다잡고 NB라텍스, 탄소나노튜브 등 고부가 소재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작업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금호석유화학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사 측이 제안한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금호석유화학은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 보통주 주당 1만원, 우선주 현금배당 주당 1만50만 원을 제시한 바 있다.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는 회사 측이 제시한 배당안보다 4184억 원 규모를 더 배당할 것을 요구하는 안건을 제시했지만 주주총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박 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 개인 최대주주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조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박 회장이 이끄는 금호석유화학 현 경영진과 경영권을 놓고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벌였다.
이번 주주총회에선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 금호석유화학이 제시한 후보들이 모두 선임되는 결과가 나왔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상수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와 박영우 사단법인 에코맘코리아(NGO) 이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고 박 전 상무는 이성용 전 신한DS 대표와 함상문 KDI 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를 제안한 바 있다.
주주총회 표결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이 제시한 사외이사 선임안이 각각 찬성률 70%를 넘긴 반면 박 전 상무가 제안한 후보는 찬성률이 29%에 그치면서 부결됐다.
이로써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은 박 전 상무의 완패로 일단락됐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면서 올해 금호석유화학의 고부가 소재 사업 확대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박 전 상무가 제시한 배당안이 부결됨에 따라 4184억 원 규모의 자금을 추가로 사업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로서는 그동안 추진해온 고부가 소재 중심의 사업에 속도를 낼 기회를 잡은 셈이다.
백 대표는 주력사업인 합성고무 분야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품 다변화와 연구개발 활동을 지속해왔다.
금호석유화학은 합성고무 가운데 먼저 라텍스 장갑에 원료로 쓰이는 NB라텍스 사업을 확장하는데 힘쓰고 있다.
의료용 라텍스 장갑용 NB라텍스를 넘어 산업 현장에서 사용되는 고강도 산업장갑용 NB라텍스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최근 기존 제품보다 내화학성, 내마모성 저항성 등이 향상된 고강도 산업장갑용 NB라텍스를 선보였다.
또한 백 대표는 탄소나노튜브와 합성수지 등 신성장동력 사업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탄소나노튜브는 전기와 열의 전도율이 구리와 동일하면서 강도는 철의 100배에 이르는 신소재다.
탄소나노튜브는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리튬이온배터리 안에 있는 전자의 이동을 촉진해 전도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탄소나노튜브 도전재는 기존 카본블랙 도전재보다 전도율이 10% 이상 높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탄소나노튜브 도전재시장은 2020년 기준 87억 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2025년 2조4천억 원 규모까지 급격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석유화학은 2020년 전기차배터리용 탄소나노튜브를 상업화했고 앞으로 생산설비 증설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백 대표는 합성수지 부문에서는 엔지니어링플라스틱(EP)를 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삼고 적극 육성하고 있다.
엔지니어링플라스틱은 기존 범용 플라스틱과 비교해 기계적 특성이 우수하고 가공성이 뛰어나 자동차 부품이나 정밀기계 분야 등에 쓰임새가 커지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특히 전기차용 엔지니어링플라스틱 개발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백 대표는 올해 자동차 내·외장재 외에도 전장 부품인 와이어 프로텍터, 배터리 모듈 하우징 소재 등에 쓰이는 엔지니어링플라스틱 판매확대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이번 주주총회 뒤 “주주들의 성원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주주들의 목소리에 기울이고 미래 성장동력을 키워 기업가치 제고에 나서 주주가치 향상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