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과감한 변화를 선택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신동빈 회장의 절실함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변화의 방향은 ‘명품 강화’인데 그 선봉에 롯데백화점이 있다.
▲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롯데백화점) 대표. |
신세계 출신으로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롯데백화점) 수장에 오른
정준호 대표는 올해 초 '백화점의 꽃'으로 불리는 MD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한 데 이어 럭셔리 브랜드 출신 인사들을 대거 불러 모았다.
기존 상품본부를 MD1본부와 MD2본부로 나눠 MD1본부는 해외 럭셔리 상품군을, MD2본부는 일반 패션과 자체브랜드(PB)를 담당하도록 했다. MD조직을 세분화해 롯데백화점만의 차별화된 상품을 구성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MD1본부 본부장에는 이효완 전무를 영입했다. 이 전무는 펜디코리아와 샤넬코리아 등을 거쳐 지방시코리아 지사장 겸 대표를 역임한 럭셔리 브랜드 전문가다. 롯데백화점의 첫 번째 여성 전무가 됐다.
MD1본부의 럭셔리 앤 컨템퍼러리 디자이너부문장에는 진승현 상무보를, 마케팅앤커뮤니케이션부문장에는 김지현 상무보를 데려왔다.
진 상무보는 발렌시아가코리아 리테일담당 상무를 지냈고, 김 상무보는 루이비통코리아 마케팅 총괄을 역임했다.
롯데백화점은 앞서 신세계 출신 인재도 잇따라 영입했다.
올해 1월 신세계 경기점장 출신의 이승희 상무와 신세계 디자인담당 임원을 지낸 안성호 상무보를 영입한 데 이어 최근 신세계그룹의 기업형 벤처캐피탈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에서 일했던 조형주 상무보를 럭셔리부문장에 앉혔다.
이처럼 외부전문가의 대거 영입으로 '럭셔리 군단' 진용을 갖춘 정 대표는 공표한 대로 서울 잠실점을 중심으로 강남권에서 럭셔리 브랜드를 더욱 육성해 수익은 물론 상품 구성, 브랜드 이미지 등에서 롯데백화점의 확실한 변화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백화점은 3대 명품 브랜드인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확보에 전력투구할 것으로 보인다.
에루샤 가운데 가장 유치하기 까다로운 곳은 에르메스로 알려져 있다. 백화점업계에서는 에루샤를 모두 유치할 다음 주자로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꼽는다. 이는 다른 말로는 롯데백화점이 에루샤 유치에 더욱 속도를 내야한다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일단 에루샤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잠실점을 기점으로 럭셔리 브랜드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이다. 정 대표가 잠실점과 강남점을 콕 집어 이야기한 만큼 향후 강남점에 대한 변화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롯데백화점은 상대적으로 유독 3대 명품 브랜드 유치에는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서울 잠실점을 제외하면 에루샤를 동시에 유치한 점포는 단 한 곳도 없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점포를 보유한 백화점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은 모습이다.
다른 백화점들은 모두 서울 본점에 에루샤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지만 롯데백화점 홀로 본점에 3대 명품 브랜드를 모두 보유하고 있지 못한 점도 롯데백화점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다.
현재 에루샤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백화점은 총 7개 점포가 있다. 이 중 신세계백화점이 4곳으로 가장 많다. 반면 롯데백화점의 경우 잠실점 단 1곳뿐이다.
지난해 매출 1조 원을 넘긴 백화점 점포는 총 11곳이었다. 그중 신세계백화점이 4곳으로 가장 많다. 이 곳들 모두 에루샤를 보유하고 있는 점포들이다. 백화점들이 에루샤 유치에 목을 매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정 대표는 명품 브랜드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해 전면에 배치했고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성과를 내는 일이다. 정 대표가 추진하는 롯데백화점 강남 프로젝트의 결과가 주목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