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두 자녀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와 이경후 CJENM 경영리더 남매가 지주사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작업을 차곡차곡 진행하고 있다.
남매가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서는 CJ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CJ 지분을 늘려야하는데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이고 있어 지분 확보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왼쪽), 이경후 CJENM 경영리더. |
8일 CJ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 1월
이선호 이경후 남매가 CJ 보통주를 매입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공시를 보면 두 사람은 올해 1월 여러 차례에 걸쳐 CJ 보통주와 우선주를 사들였다.
이선호 경영리더는 1월 한 달 동안 모두 4차례에 걸쳐 CJ 보통주 3만3962주를 장내 매수했다. 같은 기간에 17차례에 걸쳐 우선주 1만5738주도 장내 매수했다.
이경후 경영리더도 1월에 모두 4번에 나눠 CJ 보통주 2만3316주, 15번에 나눠 우선주 8584주를 각각 장내에서 사들였다.
이번 주식 매입으로 두 사람의 CJ 보통주 지분율은
이선호 경영리더가 2.75%에서 2.87%로, 이경후 경영리더가 1.19%에서 1.27%로 확대됐다.
두 사람의 CJ 보통주 지분율이 늘어난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두 남매는 이 회장의 경영권을 승계받기 위해 CJ 보통주 대신 CJ 신형우선주를 활용해왔다.
신형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보통주보다 현금배당을 더 받는 주식으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다.
의결권이 없어 대체로 보통주보다 20~70%가량 싼 가격에 거래된다. 특히 CJ 신형우선주는 발행된 뒤 10년이 되는 날 보통주로 전환되는 조건이 붙어 신형우선주를 활용하면 증여세를 줄이면서 장기적으로 보통주 지분율을 확대할 수도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19년 말 두 자녀에게 CJ 신형우선주 184만 주를 증여한 바 있다.
이선호 이경후 남매가 아직 30대라는 점을 고려해
이재현 회장이 경영승계를 위해 신형우선주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해석이 나왔다.
남매는 이 회장으로부터 신형우선주를 증여를 받은 이후 꾸준히 CJ 우선주를 매입해왔다.
두 사람이 올해 1월까지 매입한 주식을 기준으로 보면 2029년 신형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됐을 때 두 사람의 CJ 지분율은
이선호 경영리더가 5.87%, 이경후 경영리더가 4.28%로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와 금리인상 기조 등으로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CJ 보통주 주가가 최근 크게 하락하면서 CJ 보통주를 직접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CJ 보통주 주가는 7만 원대를 보였는데 이는 52주 최저가 수준이다. CJ 보통주 주가는 2017년 최고 21만 원대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CJ 우선주는 2017년에는 최고 8만8천 원대에서 거래됐으나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2만 원대로 급락했다가 올해 1월에는 6만 원대를 보였다.
두 사람이 1월 사들인 CJ 주식 내역을 보면 CJ 우선주는 7만 원대 초반에, 보통주는 7만7천 원 가량에 매입했다.
보통주와 우선주 1주의 가격 차이가 1만 원도 채 나지 않게 된 셈이다.
CJ올리브영이 올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는 점도 주식 매입에 영향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CJ올리브영이 상장을 본격화하면 지주사인 CJ 주가도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전에 CJ 지분율을 높여야겠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
이재현 회장의 지병을 고려해 승계작업을 서둘러야 할 필요성도 있다.
이선호 경영리더가 불미스러운 일로 정직 처분을 받았지만 1년 만에 업무에 복귀한 데 이어 1년 만에 임원급인 경영리더로 승진한 것도 이같은 시선에 힘을 보탠다.
이선호 경영리더가 1월 씨앤아이레저산업에 CJ 우선주 24만 주를 담보로 제공한 것을 두고서도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담보 제공은 오너일가가 기존에 담보로 제공한 CJ 보통주 62만4천 주에 추가로 제공한 것이다.
씨앤아이레저산업은
이선호 경영리더가 지분 51%, 이경후 상무 지분 24%, 이경후 상무의 남편인 정종환 부사장이 지분 15%를 들고 있는 사실상 CJ그룹 오너3세들의 회사다.
이 때문에 씨앤아이레저산업을 키워 지분매각, 계열사 합병 등을 통해 오너3세들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씨앤아이레저산업은 인천광역시 옹진군 굴업도에 종합 레저타운을 세우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사업이 무산되자 최근에는 대우건설, SK디앤디와 함께 굴업도에 해상풍력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씨앤아이레저산업에 담보를 제공한 것은 기존에 담보로 제공했던 CJ 주식의 주가가 하락함에 따라 담보 가치가 하락해 추가로 담보를 제공한 것이다”며 “지분 매입과 관련해서는 경영리더들의 개인적인 일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