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이 D램 업황악화에 대응해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꾸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체질개선이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의 3D낸드 제품이 실적개선에 기여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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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
박 사장은 올해 SK하이닉스의 생산시설 투자를 줄이며 연구개발에 집중해 기술경쟁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투자규모가 지난해보다 줄어들며 투자처가 생산시설 확대가 아닌 연구개발에 집중될 것이라고 26일 밝혔다.
김준호 SK하이닉스 경영지원부문 사장은 "올해 투자는 시장현황을 보며 조정하겠지만 지난해의 6조6천억 원보다 줄어들 것"이라며 "생산시설 투자를 줄이는 대신 반도체공정 연구개발비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생산시설 투자를 줄이고 있는 것은 세계 IT기기의 수요부진이 이어지며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의 재고가 늘어 공급과잉 현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 사장은 "PC수요 부진폭이 예상보다 크고 모바일과 서버향 반도체 수요도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며 "수요증가는 올해 하반기부터나 점진적으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수요증가가 어려운 상황에서 출하량을 늘려 수익성을 더 악화하기보다 미세공정기술 개발에 주력해 원가절감과 제품경쟁력 확보에 집중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성욱 사장은 세계 D램 업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하자 향후 SSD(솔리드스테이트)시장의 성장으로 지속적인 수요증가가 기대되는 낸드플래시의 비중을 높이는 체질개선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SK하이닉스의 1분기 매출 가운데 낸드플래시의 비중은 21%로 이전분기 대비 1% 포인트 줄었다. 전체매출의 76%를 차지하는 D램에 의존도를 낮추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 사장은 SK하이닉스의 3D낸드 양산시기를 앞당기며 대응하고 있다. 3D낸드는 기존의 2차원 낸드보다 SSD 등 제품의 생산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성능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초부터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3D낸드의 양산을 시작하며 도시바와 인텔 등 경쟁사보다 앞서나갔다.
하지만 박 사장은 3D낸드의 수요처를 확보하거나 수익성을 높이는 데 고전하고 있어 당분간 3D낸드 양산 성과를 실적개선으로 이어내기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
3D낸드는 현재 SSD 등 일부 제품에 사용되지만 가장 수요가 큰 모바일기기의 내장메모리에 탑재되지 않고 있다. 또 생산수율을 안정화하기도 쉽지 않아 수익성 확보를 앞당기기도 어렵다.
김 사장은 "아직 3D낸드 제품의 모바일기기 공급시점은 확실치 않다"며 "하지만 고용량화 추세가 지속되는 만큼 올해 하반기부터는 수요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3D낸드 제품이 생산원가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지만 SSD용으로만 판매되고 있어 모바일에 공급하는 낸드플래시 제품보다 수익성이 부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의 3D낸드 제품 고객사 확보가 늦어진다면 후발주자들에게 추격을 당할 위험이 높다. 당장 인텔 등 대규모 생산시설을 갖춘 업체가 올해로 양산계획을 잡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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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의 3D낸드 공정 기반 SSD 제품. |
이에 대해 SK하이닉스는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며 3D낸드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 사장은 "올해 SK하이닉스의 3D낸드 가격경쟁력과 제품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만전을 기하겠다"며 "하반기부터 고객사 확보를 위한 노력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3D낸드 기술을 적용한 1테라바이트급 SSD의 경우 이미 제품인증이 완료된 만큼 2분기부터 매출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3D낸드 전용으로 내년 상반기 완공계획을 잡아둔 M14공장 생산시설도 3D낸드의 시장상황을 살피며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D램 업황악화에 직격타를 맞는 가운데 3D낸드의 실적기여가 늦어진다면 올해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애플과 중국업체 등 대형 스마트폰업체의 3D낸드 내장메모리 채용 여부가 가장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