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세계 책의 날'을 하루 앞둔 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공공미술과 함께하는 세계 책의 날'을 찾은 시민들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
영국과 스페인을 각각 대표하는 세계적 대문호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가 타계 400주년을 맞았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인 4월23일 사망했다. 이날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이기도 해서 국내외 출판문화계에서 두 거장을 재조명하는 열기가 뜨겁다.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가 이 시대에 던지는 화두는 뭘까?
1616년 4월23일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사망한 날이어서 세계 문학사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유네스코도 1995년부터 이날을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로 정했다.
서울 청계광장에서는 책과 작가, 공연을 만날 수 있는 '책드림 날' 행사가 열리고 있다. 세계 책의 날이 책을 사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스페인 지방축제에서 유래한 것을 감안해 23일에는 각각 423개의 책과 장미꽃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행사가 진행된다.
공연계에서에서도 셰익스피어의 다양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과 '맥베드'는 각각 기국서 연출의 연극 ‘리어의 역’과 김낙형 연출의 연극 ‘맥베드’로 대학로에서 공연된다. 오태석 연출 한국판 ‘템페스트’는 성남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대문호 서거 400주년을 맞아 서점가에도 관련 서적 출간이 잇따르고 있다.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의 명언집을 엮은 ‘책의 날 기념 셰익스피어 세르반테스 명언집 세트’(스타북스)가 2권짜리 번역서로 출간됐다.
출판사 열린책들은 시인으로서 셰익스피어에 주목해 시집 ‘소네트집’을 번역 출간했다. 셰익스피어의 주옥같은 연작시편 154편이 담겼다.
셰익스피어의 미스터리한 삶을 다룬 ‘세계를 향한 의지: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민음사)도 있다. 셰익스피어는 명성 만큼이나 숱한 일화를 남겼는데 그러다보니 진위가 확인되지 않는 소문도 많았다. 작품 외적으로 셰익스피의 인간적 면모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신간 ‘돈키호테를 읽다’(열린책들)는 스페인문학자인 안영옥 고려대 교수가 쓴 돈키호테 연구서다. 소설의 표층구조 이면에 심층적 의미를 쉽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인터파크도서는 셰익스피어의 주요 명작을 모은 '셰익스피어 400' 기획전을 마련했다. 38편의 희곡과 4편의 시, 154편의 소네트 작품들 중 '햄릿', '베니스의 상인', '오셀로', '맥베스' 등 엄선한 20종의 도서를 할인판매하는 등의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는 출생시점은 다르지만 사망일자가 같은, 사실상 동시대 인물이다. 두 거장을 배출한 영국과 스페인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요즘 유행하는 말로 ‘흙수저’ 출신들이었다.
그러나 인간 본성과 세상을 통찰하고 시대를 앞서가는 혁신가이기도 했다. 또 각각 모국어인 영어와 스페인어 수준을 한차원 끌어올려 국민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우뚝 섰다.
두 작가를 굳이 비교하자면 오늘날 대중적 인지도 면에서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를 알아도 실제 작품을 읽어본 사람이 의외로 많지 않다.
이는 스페인 문학인 탓도 있지만 세르반테스의 문체 자체가 난해해 그 이면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셰익스피어의 희곡도 원전으로 읽어내리기가 쉽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세계 문학사를 대표하는 대문호의 타계 400주년인 만큼 두 작가를 기리는 관련 행사나 서적 출간이 올 한해 내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인간 욕망에 대한 통찰과 세상에 대한 무모한 도전과 전복. 이런 화두는 지금 이 시대에도 필요한 키워드다.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의 그 어렵다는 원전읽기에 한번쯤 도전해 볼만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