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가 독자 가맹망 구축에 나서며 BC카드와 롯데카드에 미칠 영향에 시선이 모인다.
우리카드의 행보에 BC카드는 수익성, 롯데카드는 매각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23일 우리카드에 따르면 내년 말을 목표로 독자 가맹망을 구축해 본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독자 가맹망 구축은 우리카드가 우리은행에서 분사한 2013년 이후 꾸준히 검토해온 숙원사업이다.
독자 가맹망 구축으로 우리카드는 단기적으로 개발비 부담 등 수익성 저하 요인이 발생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독자 가맹망이 구축되면 카드결제정보 및 가맹점 관리의 용이성이 증가해 마케팅 전략을 운용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가맹점 직접계약과 상업자표시카드(PLCC) 발급 등도 용이해져 수익기반 확대도 기대된다.
우리카드는 독자 가맹망을 구축해 독자적 카드상품군을 구성하고 가맹점 마케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카드사의 핵심은 지급결제인데 그동안 가맹망이 없어 고민이 많았다"며 "독자 가맹망 구축을 통해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카드가 독자 가맹망을 구축하며 BC카드의 수익성은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카드는 현재 BC카드 가맹망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업카드사 가운데 BC카드의 가맹망을 사용하는 곳은 우리카드가 유일하다.
BC카드는 회원사들에 가맹망을 제공하고 결제를 대행해주는 매입업무가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 매입업무수익이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8.1%에 이른다. 이 가운데 30% 이상이 우리카드와 거래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카드가 독자 가맹망을 구축해 BC카드와 거래를 끝내면 수익성이 급격히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다만 독자 가맹망 구축 완료와 가맹점 모집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BC카드가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시선도 있다.
독자 가맹망 구축이 완전히 마무리되려면 시스템 구축과 가맹점 모집기간, 기존 BC카드망을 사용하는 고객 만료 기한 등을 고려할 때 5년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매입업무사업은 이미 가맹점수수료 하락, 온라인결제 활성화 등으로 성장성있는 사업으로 보긴 어렵다.
이에 BC카드도 매입업무에서 벗어나 자체 신용카드 발급, 가맹점을 활용한 데이터사업, 카드론(대출)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BC카드 관계자는 "우리카드가 독자 가맹망을 구축하며 수익성 약화가 예상되지만 이미 올해 들어 자체 수익다각화에 공을 들이고 있어 장기적으로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리카드가 독자 가맹망을 구축하면 향후 전개될 롯데카드 인수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롯데카드는 2019년 말 지분 80%를 확보한 MBK파트너스의 품에 안겼다. 사모펀드는 매각차익을 노리고 인수합병을 진행하며 통상 3년이 지난 시점부터 재매각을 논의한다. 롯데카드도 2022년부터는 매각 관련 논의가 시작될 공산이 크다.
그동안 롯데카드를 인수할 유력한 잠재후보로 우리금융지주가 꼽혔다.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를 인수할 때 우리은행이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해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카드가 이미 가맹망을 구축해 둔 상황이라 우리카드와 합병을 통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우리카드가 독자 가맹망을 구축하기로 하면서 롯데카드를 인수할 유인이 다소 희석됐다. 롯데카드가 매물로 나올 때 인수경쟁이 치열해지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우리카드가 롯데카드와 합병을 통해 단숨에 시장 점유율 상위권으로 올라설 수 있어 여전히 인수 기대감이 유효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카드업계 시장점유율을 보면 신한카드(21%), 삼성카드(18%), KB국민카드(17%), 현대카드(16%), 롯데카드(10%), 우리카드(9%), 하나카드(7%) 등 순이다.
우리카드와 롯데카드 점유율을 합하면 시장 점유율 기준 2위에 올라선다.
우리카드는 21일 본업 경쟁력 강화 및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해 독자 가맹망 구축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우리카드는 250만 우리카드 가맹점 모집을 추진해 2022년 말까지 독자적 가맹점체계를 완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