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저가항공사 에어아시아제스트가 승객들에게 사전고지없이 항공일정을 변경해 피해를 입힌 데 대해 국토부가 엄격하게 제재하려고 한다. 에어아시아제스트는 아시아 최대 저가항공사인 에어아시아의 자회사다. 에어아시아는 한국진출을 꾀했는데, 이번 사태로 그 계획에 발목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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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그룹 회장 |
국토교통부는 에어아시아제스트가 일방적으로 항공일정을 변경한 데 대해 사업개선명령을 내렸으며 앞으로 소비자 피해보상을 소홀히 할 경우 영업정지와 벌금부과 등 엄격히 제재겠다고 12일 밝혔다.
에어아시아제스트는 지난달 9일 세부·칼리보·마닐라 등에 대한 노선의 운항변경을 신청했고 국토교통부는 이달 초 이를 승인했다. 운항변경 내용은 7~9월에 예약한 승객들의 노선일정을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에어아시아제스트의 노선일정 변경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3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토부는 에어아시아제스트가 고객들에게 일정변경을 사전에 고지해야 하며 한국소비자원과 협의해 피해 발생시 최대 150달러 보상과 대체 항공편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변경을 승인했다.
하지만 에어아시아제스트는 지난 6일 뒤늦게 홈페이지에서 일정변경을 공지했고 이메일만 보내는 등 고객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예약자들은 여름휴가 계획을 모두 망쳤다며 거세게 항의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예약자들은 항공사에 전화해도 연락도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자 에어아시아제스트는 “전화문의가 많지만 콜센터가 그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100% 환불도 안내하고 있고 다른 노선을 경유하는 대안도 제시중”이라고 밝혔다.
에어아시아제스트는 항공일정 변경 요청을 한 배경과 관련해 “승객 수요 문제가 가장 큰 이유”라고 말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일정변경을 승인해준 국토부에 대한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성수기인 7월 이후의 항공 일정 변경을 승인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에어아시아제스트는 항공일정 변경요청을 지난 5월9일에 신청했고 국토부는 6월3일과 5일, 두 차례에 걸쳐 승인했다.
업계는 이번 사태로 에어아시아제스트의 모회사인 에어아시아가 국토부에 신청해 놓은 국내항공운송업 면허 획득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에어아시아는 지난해 한국에서 투자자를 모아 에어아시아코리아 법인을 세우고 국토교통부에 국내 항공운송업 면허를 신청했다. 국토부는 현재 이를 검토 중이다. 국토부는 외국자본이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운송사업을 지배하고 국내시장을 잠식하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내부에서 부정적이었는데 이번 사태로 법인 허용을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는 것이다.
에어아시아제스트의 경우 그동안 소비자 피해와 안전문제로 원성이 높았다. 외국계 저가항공사들의 운항 취소나 지연은 물론 환급거절에 따라 1년 새 소비자 피해가 6배나 급증했다. 이 가운데 에어아시아제스트가 이용자 10만 명 당 피해구제 접수가 34.88건으로 가장 많았다.
에어아시아제스트는 국제민간항공기구가 발표한 유럽연합의 취항금지 항공사 등 안전이 우려되는 항공사에도 포함됐다. 에어아시아제스트는 지난해 안전규정 위반으로 갑자기 운항이 정지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는 지난해 필리핀 제스트항공을 인수해 에어아시아제스트를 출범시켰다. 에어아시아는 한국진출을 통해 국내선을 먼저 운항한 뒤 향후 국제면허도 받아 국제선 운수권을 배분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어아시아는 에어아시아엑스를 비롯해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인도 등에 자회사를 두는 등 사업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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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아시아의 자회사 에어아시아제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