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030세대를 외연 확대의 주요 대상으로 삼아온 만큼 윤 전 총장도 이들을 향한 구애에 따로 역량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월3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이 지지율 정체 또는 약한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특별히 2030세대 지지율이 급하게 빠지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으로 촉발된 2030세대의 국민의힘 지지 분위기가 식어간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날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발표한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를 살펴보면 윤 전 총장은 전체 29.8%의 지지를 얻었지만 만18세~29세에서와 30대 지지율은 24.0%와 18.1%에 그쳤다. 반면 60세 이상에서는 44.0%의 지지를 얻어 대조적이다.
특히 윤 전 총장이 입당한 시기(7월30~31일)에 진행됐던 조사와 비교하면 윤 전 총장은 18~29세에서 2.3%포인트 소폭 하락했지만 30대에서는 10%포인트 떨어졌다. 이번 조사는 TBS의뢰로 전국 만18세 이상 1007명의 응답을 받아 이뤄졌다.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비교하면 문제는 더욱 크다.
한국갤럽이 지난 20일 발표한 호감도 조사를 살펴보면 20대에서는 이재명 지사 31%, 윤 전 총장 19%로 나타났으며 30대에서는 이 지사 35%, 윤 전 총장 21%다.
전체 호감도는 이재명 지사 40%, 윤 전 총장 29%였다. 두 사람 모두 전체 호감도와 비교해 2030세대 지지율이 낮지만 윤 전 총장은 그 격차가 더 크다.
또한 윤 전 총장은 가상 양자대결에서 청년층만 놓고 보면 이 지사뿐 아니라 이낙연 전 대표에게도 밀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갤럽이 20일 발표한 가상 양자대결 조사를 보면 18~29세는 윤 전 총장 28%, 이 지사 42%, 30대에서는 윤 전 총장 33%, 이 지사 44%로 각각 나타났다.
그런데 이 전 대표와 겨뤄도 18~29세에서 두 후보 모두 32%로 같았으며 30대에서는 윤 전 총장 34%, 이 전 대표 40%다. 이번 조사는 17~19일 사흘 동안 전국 만18세 이상 1001명의 응답을 받아 이뤄졌다.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윤 전 총장 쪽도 이런 여론의 흐름 때문인지 최근 청년층 공략에 나섰다.
윤 전 총장은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지야 부탁해’이라는 이름으로 청년층을 위한 정책 아이디어 공모 캠페인을 시작했다.
윤 전 총장은 캠페인 홍보 영상에 직접 등장하기도 했다. 동영상 속 윤 전 총장은 참모 회의에서 “민지한테 연락이 왔어”라며 “요즘 MZ세대가 힘들다는데 우리가 좀 나서야 되는 거 아니야?”라고 말한다. 그는 주택, 일자리 등 청년문제를 해결해 주자면서 “야, 민지가 해달라는데 한번 좀 해보자”라고 외쳤다.
하지만 전반적 반응은 차가웠다. 윤 전 총장의 캠페인 영상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비판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이런 거 하지 말고 제대로 뭘 좀 보여달라", "누가 써준 대본이 아닌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달라", "2030세대의 전폭 지지를 받고 있는 이준석 대표랑 그만 싸우라", "당대표가 MZ세대", "오글거린다" 등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2030세대의 차가운 반응은 이준석 당대표와 빚고 있는 갈등도 한몫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당대표 당선으로 2030세대가 국민의힘에 대한 기대를 갖기 시작했는데 윤 전 총장이 그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것이다.
장윤미 변호사는 이날 채널A의 뉴스A 라이브에 나와 “지금 윤석열 전 총장은 2030세대가 지지하는 이준석 대표랑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며 “2030 특히 남성들의 지지를 받는데 한편에서 갈등을 일으키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그 표심을 잡겠다고 한다. 이중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과 이 대표의 갈등은 이날도 이어졌다.
윤 전 총장의 지지모임인 윤사모는 이날 국민의힘 대구시당 앞에서 이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규탄대회를 열었다. 윤 전 총장 캠프 측에서는 윤 전 총장과 무관한 일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장제원 캠프 종합상황실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 집회는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고 당내 갈등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며 “당의 단합을 강조해 온 윤 후보의 뜻을 존중하여 집회를 자제할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청년층에 호소력을 있는 정치행보를 보여주지 못하는 점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30세대의 고통과 바람에 공감하는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쩍벌남' 논란에서 보이듯 '꼰대' 이미지만 강해진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국민의힘은 2030세대의 지지가 절실하다. 반문재인 성향의 유권자들의 결집하고 여기에 2030세대로 지지층을 확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대 갈등은 최근 정치지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병수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에서 “젊은 대표를 뽑으면서까지 국민이 걸었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