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3사가 친환경 선박 개발에 고삐를 죄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해상 환경규제 기준이 구체화하면서 조선3사는 현재 대표적 친환경선박으로 꼽히는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이후를 서둘러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해상 환경규제 더 강화, 조선3사 LNG 다음 친환경선박 개발 서둘러

▲ (왼쪽부터)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의 해상 환경규제 기준이 더욱 강화되면서 선주와 선사들이 규제에 맞춰가는 일이 점점 빡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해사기구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는 10일부터 17일까지 열린 76차 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 1차 계획의 하나로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매년 2%의 탄소 감축안을 채택했다.

국제해사기구의 장기적 목표를 고려하면 2026~2030년에는 매년 7% 이상의 탄소 감축안이 채택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를 놓고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주와 선사들은 당장 이번 2% 탄소 감축안을 충족하기에도 바쁠 것이다"고 바라봤다.

국제해사기구는 2050년까지 2008년과 비교해 선박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70%까지 줄인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런 목표 아래 해양환경보호위원회 76차 회의에서는 탄소집약도 등급제(CII)도 2023년부터 도입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탄소집약도 등급제는 선박의 탄소 배출량을 매년 계측해 A~E 등급을 매기고 D등급을 3년 연속 받거나 E등급을 받으면 연비 개선계획을 제출해야 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LNG추진선 이외에 친환경선박 발주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시선이 조선업계에서 나온다.

현재 친환경선박으로 꼽히는 LNG추진선 발주가 계속되고 있지만 LNG추진선은 일정량의 탄소를 배출해 완전한 탄소중립 선박으로 볼 순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올해 조선업황 회복에 발맞춰 국내 조선3사 수주는 크게 반등했는데 여기에 LNG추진선 수주가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 

친환경선박 수주 기세를 중장기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LNG추진선 이후의 친환경선박에 관한 대비를 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올해 들어 27일까지 수주목표 달성률을 보면 한국조선해양은 82%, 대우조선해양은 61%, 삼성중공업은 65%를 보이고 있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 반등을 두고 "한국은 올해 1~5월 발주된 LNG추진선 61척 가운데 31척(46%)를 수주했다"며 "액화석유가스(LPG)추진선도 75% 수주하는 등 친환경연료 추진선박에서 경쟁 우위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국내 조선3사는 최근 다양한 방식의 친환경선박 역량 강화에 고삐를 죄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자회사 현대미포조선은 최근 덴마크 선사 AP몰러-머스크와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3척의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구체적 선가나 규모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메탄올은 기존 선박연료와 비교해 황산화물은 99%, 질소산화물은 80%, 온실가스는 최대 25%까지 감축할 수 있어 LNG 이외의 친환경 선박연료로 꼽힌다.

국내에서 메탄올 추진선 건조 경험이 있는 조선사는 현대미포조선이 유일하며 현재 세계에서 건조된 메탄올 추진선 20척 가운데 현대미포조선이 8척을 건조하기도 했다.

김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메탄올은 원료인 천연가스 생산 증가로 단가가 낮아져 차세대 연료로 부상하고 있다"며 "현대미포조선이 본계약을 맺고 건조까지 한다면 탄소중립 조선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중공업은 9일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함께 해양 용윰염원자로(MSR) 개발을 시작으로 원자력 추진선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용융염원자로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발전방식인 소형모듈원자로(SMR)의 한 종류다.

용윰염원자로는 핵연료의 사용주기가 20년 이상으로 선박 수명주기와 비슷해 추가 교체가 필요 없다. 원자로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 선박적용이 쉬운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대우조선해양도 22일 세계적 산업, 대학 연구기관들과 함께 글로벌 협의체를 구성하고 다양한 친환경선박 개발 공동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선3사는 친환경선박시장에서 LNG추진선 이후 큰 흐름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되는 암모니아 추진선과 수소 추진선 수주 준비에도 분주하다. 

조선3사는 지난해 하반기 연이어 영국 선급협회로부터 암모니아 추진선 기본인증을 획득한 뒤 2024~2025년 암모니아추진선 상용화를 목표로 세웠다. 

이와 함께 두산퓨얼셀, 미국 블룸에너지 등 수소연료전지기업들과 손잡고 선박용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수소 추진선 공동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경기회복 흐름에 맞춰 친환경선박을 향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새로운 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미 확보하고 있는 기존 선박 건조역량과 경험에 더해 새 기술의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