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해 자금을 마련해야 하면서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지분을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에 매각할 지에 시선이 모인다.

삼성물산은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매각하게 되면서 현금활용에 여유가 생기는데 삼성생명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면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이베이 인수자금 필요, 삼성생명 보유지분을 삼성물산에 팔까

▲ 이마트와 삼성생명 로고.


다만 이마트 등 신세계그룹은 이전에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삼성생명 지분을 시장에 매각한 적이 있어 이번에도 삼성그룹에 넘기지 않고 시장에 바로 내놓을 수도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필요한 자금조달 방안 가운데 하나로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마트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과 가양점 매각 대금 등을 고려했을 때 1조5천억 원 수준의 추가 조달이 필요하다"며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및 삼성생명 지분을 활용할 수 있고 차입 등도 가능하기 때문에 자금조달 측면에서는 크게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앞서 이마트는 24일 이베이코리아의 지분 80%를 3조4404억 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이마트는 삼성생명 지분 5.88%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가치는 25일 종가기준 9563억 원이다.

이마트가 삼성생명 보유지분의 일괄매각을 추진한다면 삼성물산이 나설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5%가 넘는 물량인 만큼 대주주적격성 문제가 걸려 있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오너들이 지분을 사들이거나 삼성 그룹차원에서 인수할 수 있다.

다만 이 부회장 등은 상속세 납부를 해야하는 만큼 여유가 많지 않아 삼성물산 등 계열사가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만큼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지분을 더 확보한다면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구조 강화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18.13%)이면서 삼성생명의 개인 최대주주(10.44%)로서 삼성전자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를 보유해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5.01%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처분함으로써 현금을 활용할 수 있는 여유가 커지는 점도 삼성물산의 인수 가능성에 기대감을 높이는 부분이다.

한화는 23일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한화종합화학 잔여지분을 모두 되사오겠다고 공시했다. 한화종합화학의 대주주인 한화에너지와 한화솔루션이 삼성물산으로부터 20.05%, 삼성SDI로부터 4.05%를 1조 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3년에 걸쳐 8320억 원을 확보하게 된다.

앞서 한화는 2015년 삼성으로부터 방산·화학 계열 4개사를 약 2조 원에 인수했다. 삼성 측은 한화종합화학 지분 24.1%를 남겨뒀다. 당시 한화의 재무부담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이 이미 견고한 것으로 여겨지는데다 삼성물산도 한화종합화학의 지분매각 대금을 한 번에 받는 것이 아닌 만큼 삼성생명 지분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삼성 측에서 삼성생명 지분을 사들이지 않는다면 이마트는 삼성생명 지분을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이마트는 이전에도 자금조달을 위해 삼성생명 지분을 시장에 내놓은 적이 있다.

신세계와 이마트는 면세점 사업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15년 각각 300만 주씩 삼성생명 지분을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해 6552억 원가량을 현금화했다. 당시 블록딜에는 해외 국부펀드를 비롯한 해외투자자들이 74%, 국내 투자자들이 26% 참여했다. 

이마트가 삼성생명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금융권에서 차입을 통해 인수자금을 마련할 수도 있다.

삼성생명이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는 만큼 이마트가 삼성생명 지분을 계속 보유하면서 높은 배당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매각보다는 차입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주주친화정책으로 2023년까지 배당성향을 5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마트가 삼성생명 지분 매각 대신 이베이코리아 전체 인수자금을 차입으로 조달한다고 했을 때 800억~900억 원 수준의 이자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850억 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실적에 부담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