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기업 위탁생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GC녹십자가 이를 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모더나가 최근 한국에 자회사를 설립하기로 하고 임원급 인사인 제너럴 매니저(GM)를 포함해 직원 채용에 나섰다는 점이 위탁생산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모더나는 자회사를 설립한 국가에서만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GC녹십자가 2월 조달청 입찰을 통해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4천만 도스(2천만 명 접종 분량)의 국내 유통 및 허가권을 확보한 것을 감안해 향후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의 위탁생산 계약까지 따낼 수 있다고 바라본다.
허 사장으로서도 코로나19 팬데믹(사회적 대유행)이 발생한 이후 이와 관련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지만 성과를 낸 것은 모더나 백신의 유통 및 허가권이 전부라는 점에서 모더나 백신의 위탁생산에 적극 나설 공산이 크다.
허 사장은 올해 3월 모더나 백신을 국내에 유통한다고 밝히면서 “국민들에게 백신을 공급하기 위해 정부, 모더나와 협력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전염병을 막는 것이 제약사의 최우선 과제인 만큼 그동안 축적된 회사 역량을 기반으로 코로나19와 앞으로 다가올 수 있는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대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허 사장은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GC녹십자에서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지코비딕의 조건부 품목허가를 따내지 못하며 체면을 구겼다.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사업에도 뛰어들었지만 아직 구체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글로벌 민간기구인 감염병대비혁신연합(CEPI)과 코로나19 백신 5억 도스 이상 분량을 위탁생산하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아직까지 개별 백신기업과 본계약은 체결하지 못했다.
또 올해 3월부터 쎌마테라퓨틱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코비박의 위탁생산사업도 추진하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이후 별다른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비밀유지협약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제약사들과 지속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밝힐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의 기술이전을 통한 위탁생산은 허 사장으로서도 차세대 백신 및 치료제 기술로 평가받는 mRNA 백신 개발역량을 단숨에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놓칠 수 없다.
다만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현재 GC녹십자는 mRNA 백신 개발 및 제조역량이 걸음마 단계에 불과해 기술유출을 꺼리는 모더나의 선택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허 사장이 국내 산학기관과 협력을 강화하며 mRNA 백신 개발역량을 키우고 있는 것을 놓고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을 위한 기술이전 협상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파악되기도 한다.
GC녹십자는 11일에는 올릭스의 자회사 엠큐렉스와 손잡고 mRNA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올릭스는 국내 대표적 RNAi(RNA간섭) 기술에 기반한 신약 연구개발기업이며 엠큐렉스는 올릭스의 mRNA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전문 자회사다.
이에 앞서 GC녹십자가 설립한 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mRNA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과제를 공모해 6일 황석연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팀과 박우람 가톨릭대 바이오메디컬화학공학과 교수팀을 선정해 LNP(지질 나노 입자)약물 전달체기술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GC녹십자가 B형간염 백신을 통해 거둔 이익을 기금으로 출연해 1984년에 설립한 민간연구법인 연구소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