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석 에코프로비엠 대표이사 사장이 전기차배터리소재 수요 증가에 공격적 증설로 대응한다.
권 사장은 핵심 고객사인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이 유럽 배터리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발맞춰 유럽에도 첫 양극재 생산거점 마련을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에코프로비엠이 올해 세운 목표인 매출 1조 원 달성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권우석 사장은 콘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매출목표로 1조 원 돌파를 제시했다. 지난해 매출 8547억 원보다 17% 늘어난 수치다.
증권업계가 추정한 에코프로비엠의 올해 매출 평균전망치(컨센서스)는 1조3천억 원가량으로 에코프로비엠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올해 목표를 훌쩍 뛰어넘는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배터리소재업황 호조에 따라 에코프로비엠 실적 추정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에코프로비엠은 1분기 매출 2632억 원을 내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실적을 거뒀는데 주로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에 공급하는 양극재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에코프로비엠의 1분기 전기차배터리용 양극재 매출은 1014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배터리 출하량이 각각 57%, 110% 늘어난 것과 연관이 깊다.
권우석 사장은 유럽에 양극재 생산거점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곧 세부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생산거점 마련은 주요 고객사인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의 양극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에코프로비엠의 유럽 생산공장 위치로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이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헝가리가 거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권 사장은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이 유럽 배터리시장에 진출해 있다"며 "유럽이 유럽 내부의 전기차생산 비중을 높이려 하고 있어 2024~2025년 사이에 현지에서 양극재 공장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2월 헝가리 공장 증설을 위해 9천억 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삼성SDI는 헝가리와 한국, 중국 등 3곳에 배터리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유일하게 유럽에서만 증설을 추진하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도 1월 헝가리 3공장 건설을 위해 2028년까지 2조6천억 원에 이르는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내년 초 양산을 목표로 헝가리 2공장도 짓고 있다.
전방산업인 전기차시장이 커질수록 배터리와 배터리소재 수요가 더욱 늘어나겠지만 이와 함께 소재업체 경쟁자들이 늘어나 선두권 업체인 에코프로비엠의 입지도 줄어들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
권 사장에는 유럽 공장 증설을 통해 기존 고객사를 지속해서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 셈이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은 배터리소재인 양극재기업으로서 성장추세가 바뀌지는 않겠지만 그 상승 기울기가 완만해지는 시기가 조만간 올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에코프로비엠은 주요 고객사들과 중장기 양극재 공급을 약속하며 협력관계를 성공적으로 다져가고 있다고 평가된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2월 삼성SDI와 함께 합작법인 에코프로이엠을 지분율 60대 40 비율로 설립했다.
이어 11월에는 에코프로이엠 양극재공장을 착공했고 이를 통해 2025년까지 매년 8만7천 톤 규모의 양극재를 생산해 삼성SDI에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SK이노베이션과는 지난해 2월 2023년까지 양극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모든 계약규모는 2조7406억 원에 이른다.
권 사장이 유럽 생산공장 설립 방침을 세운 만큼 투자자금 마련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서는 에코프로비엠의 유럽 생산공장 건설의 초기 투자규모는 1500억~2000억 원, 생산규모는 3만 톤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증설투자에서 내부 현금흐름을 활용해 투자자금을 확보한다는 기조를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유동자산 가운데 재고자산을 제외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 매출채권, 기타금융자산 등으로 1480억 원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에코프로비엠이 빠르게 현금화해 투자에 사용할 수 있는 자산이다.
다만 유럽에 초기 투자규모도 적지 않고 이후 추가 투자도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추가 투자자금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비엠 관계자는 "유럽 생산공장으로 헝가리가 거론되고 있는데 이외에도 몇 곳의 후보지를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며 "투자자금 관련해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증자나 차입, 합작법인을 통한 방법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에코프로비엠의 공격적 증설 방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유럽 공장을 제외하고도 양극재 생산능력을 현재 6만 톤에서 2024년 18만 톤까지 늘리기로 했다.
주민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이 유럽에서 구체적 증설계획을 발표하면 중장기적으로 실적과 관련해 의미 있는 전망치 상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