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오너 가족이 의료공헌과 미술품 기증 등으로 사회 환원을 실천한다.
삼성전자는 28일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들이 고인의 뜻을 받들어 1조 원가량의 의료 기부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이 전 회장이 소장하고 있던 미술품 2만3천여 점도 기증한다.
이 전 회장은 평소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기업의 사명이다”며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문화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다”고 말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유족들은 코로나19 등 감염병에 대응하는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국립중앙의료원에 7천억 원을 기부한다.
이 가운데 5천억 원은 국내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의 건립에 쓰인다.
2천억 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및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 지원 등 인프라 확충에 사용된다.
소아암이나 희귀질환으로 고통받는 어린이 환자들을 지원하는 데도 3천억 원을 기부한다.
백혈병과 림프종 등 13종류의 소아암 환아 지원에 1500억 원, 크론병 등 14종의 희귀질환 환아 지원에 600억 원, 소아암과 희귀질환의 임상연구 및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900억 원이 각각 쓰인다.
유족들은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주관기관으로 어린이 환자 지원사업을 운영하는 위원회도 구성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전국에서 접수를 받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어린이 환자를 선정한다.
이 전 회장 소유의 고미술품과 서양화, 국내 유명 작가의 근대미술작품 등 2만3천여 점의 미술품은 국립기관 등에 기증된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보살도(보물 2015호) 등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과 보물 46건)을 포함한 고미술품 1만1600여점은 국립박물관에 기증된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 한국 근대미술품 1600여 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된다.
유족들은 한국 근대미술사에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 가운데 일부를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작가 연고지의 지방자치단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이 전 회장이 남긴 주식재산과 부동산재산 등 전체 유산의 상속세는 12조 원 이상이라고 삼성전자는 전했다.
유족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앞으로 5년 동안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분납하기로 했다.
다만 가장 큰 관심이 쏠리는 주식재산의 상속비율은 이날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오너일가의 이번 상속세 납부와 사회환원 계획은 갑자기 결정된 것이 아니다”며 “그동안 면면히 이어져 온 삼성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