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8천억 원 이내에서 후순위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해 자산 건전성지표 개선에 나선다.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은 지급여력비율(RBC) 개선을 위해 지난 3년 동안의 실적 감소세를 끝내고 이익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7일 KB손해보험에 따르면 최근 상반기와 하반기에 나눠 후순위채 8천억 원 규모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5년 콜옵션에 만기 일시상환조건으로 발행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정확한 발행시기나 금리와 만기일, 발행주관사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후순위채는 다른 채권자들의 부채가 모두 청산된 뒤 마지막으로 상환 받을 수 있는 채권이다.
KB손해보험은 대규모 자본확충을 통해 지급여력비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번 대규모 채권 발행은 2023년부터 실행되는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대비하기 위한 성격을 띈다.
이런 제도가 도입되면 자산과 부채의 평가방식이 기존 원가평가에서 시가평가로 바뀐다. 이에 따라 리스크 산출기준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급여력비율 관리에 나선 것이다.
후순위채는 자기자본의 50% 이내에서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식돼 자산건정성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지닌다. 잔존만기 5년차부터 매년 20%씩 자본인정액이 차감된다.
KB손해보험은 최근 순이익이 줄면서 자산 건정성에 악영향을 미쳤다.
KB손해보험은 2020년 연결기준으로 순이익 1639억 원을 내 2019년 2343억원 대비 30% 감소했다. 지급여력비율은 175.79%로 2019년 188.46%와 비교해 12.67%포인트 줄었다.
같은 계열사인 푸르덴셜생명(428.95%)과 KB생명보험(188.43%)보다 낮고 2020년 9월 기준 전체 손해보험업계 평균인 247.7%에 한참 밑도는 수치다.
채권 발행을 통해 마련한 8천억 원이 모두 지급여력금액으로 환입된다고 가정해 단순계산하면 KB손해보험의 지급여력비율은 175.79%에서 210%대까지 껑충 뛰게 된다.
여기에 올해부터 KB손해보험을 이끌게 된 김기환 대표이사 사장이 3년 연속 이어온 실적 감소세를 극복하고 순이익 확대에 성공한다면 자산 건전성을 추가적으로 개선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KB손해보험은 지금까지 다른 손해보험회사가 공개하지 않는 '내재가치' 중심의 경영을 지속하며 장기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집중해왔다.
내재가치는 보험사가 보유한 순자산가치와 보유계약가치를 더한 값으로 보험사의 장기 성장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KB손해보험의 내재가치는 2017년 3조1520억 원에서 2020년 말 7조8060억 원으로 3년 동안 2배가 넘게 증가했다.
기초체력은 충분히 다졌다고 평가받는 만큼 올해부터 KB손해보험을 이끌게 된 김기환 대표이사 사장은 실적 확대에 주력하며 수익성과 자산 건전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6일 진행된 '금융위원장, 보험업권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 참석해 후순위채 발행 이외에 지급여력비율 개선방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 사장은 "이익을 늘려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장은 KB금융지주에서 재무, 리스크, 홍보, 인사, 글로벌 등 다양한 컨트롤타워 업무경험을 바탕으로 능력을 인정받은 '멀티플레이어'다. 지난 해 연말인사에서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돼 올해가 2년 임기의 첫해다.
KB손해보험을 맡기 전까지는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로 일했다. 김 사장은 당시 KB손해보험 기타비상무이사로 경영현안들을 챙겨왔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