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보험 가입방식을 의무가입으로 전환하고 보험료율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6일 한국은행 금융제도연구팀 정기영 과장과 박성우 조사역은 이런 내용을 담은 '국내외 재해보험 제도현황 및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개선과제' 보고서를 내놨다.
재해보험은 대규모 자연재해의 발생위험에 대비하는 보험이다. 정부재정을 통한 무상복구 지원제도에 더해 보험가입자와 정부의 공동분담으로 대규모 자연재해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안전망 기능을 수행한다.
보고서는 현재 국내 재해보험 제도가 민간보험회사를 통해 자율적으로 가입하는 임의가입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위험 분산효과가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입률이 낮은 데다 피해규모가 큰 고위험군 보험계약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위험군 중심으로 의무가입 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중·저위험군의 가입유인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마련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재해보험을 도입한 주요나라들도 고위험군 편중현상으로 역선택 문제를 겪었고 시장실패를 경험했다.
이후 미국, 영국, 터키 등은 가입방식을 자율가입(임의가입)에서 의무가입으로 일부 전환했다. 보고서는 이를 통해 해당 국가들이 보험의 위험분산 효과를 크게 개선한 것으로 바라봤다.
이에 더해 보고서는 현재 재해보험 보험료율 책정에 적용하고 있는 경험료율 산정체계를 리스크 기반 산정체계로 바꿔야 한다고 바라봤다.
기후변화 심화에 따라 자연재해의 발생행태가 불규칙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경험료율 산정체계를 적용하면 균형수준보다 낮은 수준의 보험료율을 책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보고서는 가입자별 재해위험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지역별 위험도를 표시한 '재해위험지도'를 활용한 차등보험료 방식을 제안했다. 과거가 아닌 미래의 재해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고 이를 보험료율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지급여력을 확충하고 위험 분산효과를 높이기 위해 '캣(CAT)본드' 도입도 제언했다.
캣본드는 재해보험 판매보험사가 지급위험을 자본시장에 이전시킬 수 있는 대재해채권이다. 미국, 터키 등은 대재해 발생 때 캣본드를 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보고서는 모든 재해보험과 관련한 국가재보험 제공주체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현재 농어업 재해재보험기금의 역할을 확대 및 개편하거나 별도의 국가 재해재보험 전담기관을 설립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