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보증시장을 개방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국토교통부가 최근 과열된 주택시장을 통제하기 위해 당분간은 개방없이 현재 체제를 유지할 공산이 크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가 22일부터 시행하는 분양가 심사제도 개선을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분양가 관리지역인 수도권과 지방광역시 등의 아파트 분양가격을 주변 시세의 최대 90%까지 올리는 내용을 담은 고분양가 심사규정 및 시행세칙 전면개정안을 9일 발표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고분양가 심사기준 개선’을 두고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에서 민간아파트 공급이 어느정도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수도권에서만 최근 3년 동안 아파트건설 인허가를 받았지만 분양을 하지 않은 공급물량이 15만 호, 사업 자체를 보류하고 있는 물량도 10만 호가 넘는다고 추정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최근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라 사업자들이 토지를 감정가보다 훨씬 높게 취득했지만 분양심사가격은 낮게 잡혀있어 사업 추진이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더 강력하게 분양가격 인하를 강제하고 있어 서울시내에서는 아파트 공급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무주택자들은 이번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심사기준 개선안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아파트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청약을 통해 입주할 수 있는 아파트 분양가격이 시세의 90% 수준까지 높아지면 무주택자들은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기 때문에 아파트 구입을 꿈꾸는 것조차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 청원인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이번 개선안은 오래 기다린 무주택자들을 두번 죽이는 것이다”라는 청원을 올렸다.
그는 “2017년 3억 원하던 아파트의 시세가 지금은 10억 원까지 올랐고 호가는 15억~17억 원에 이른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은 3~4배 올랐지만 월급은 제자리인데 한 달에 억대 상승을 하는 집값이 정상이라고 보고 시세의 90%를 적용하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무주택자들이 모인 시민단체인 ‘집값정상화시민행동’은 18일 청와대 앞 분수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집값정상화시민행동은 기자회견을 통해 “문재인 정부는 4년 동안 서울의 아파트 가격을 80% 폭등시켰다”며 “현재 시세의 90%는 문재인 정부 초기 시세의 180% 수준인데 이를 허용하면 결국 문재인 정부 이전보다 60%나 오른 가격으로 분양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분양가가 올라가면 주변 집값도 같이 올라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변창흠 국토부 장관 해임과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고분양가 심사개선 철회, 분양가 상한제 전면 시행, 공공부문 분양원가 전면 공개, 임대사업자 세금 특혜 폐지 등을 주장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독점하고 있는 분양보증시장을 민간에 개방해야 한다는 요구는 더욱 커세지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분양보증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준이 오락가락해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토부가 현재 과열된 주택시장을 주택도시보증공사를 통해 통제하고 있어 현재 체제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분양보증시장 개방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는데 최근 용역결과를 참고해 당분간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분양보증시장을 독점하는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서 분양보증시장 개방과 관련한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분양가보증시장을 경쟁체제로 개방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주택법 일부개정안’은 지난해 7월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했지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송 의원실 관계자는 “주택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해결해야 할 법안들이 많아 언제 위원회에서 논의될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그동안 대략적 심사 가이드라인만을 공개해 ‘깜깜이 심사’라는 비판을 받았던 것을 개선하기 위해 심사기준을 공개하고 비교사업장 선정을 위한 기준도 바꾸기로 했다.
이재광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은 이번 개선안과 관련해 “이번 제도 개선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분양가도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분양가가 시세에 크게 미치지 못한 지역은 적절한 공급유인으로 작용하고 시세보다 분양가가 과대산정된 지역은 과열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며 "민간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한 기반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