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태 NH농협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채권금리 상승세에 재무건전성을 관리하는 데 부담을 안을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생명은 지난해 채권재분류를 통해 지급여력(RBC)비율을 높였는데 채권금리가 상승하면서 올해 1분기에 지급여력비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 김인태 NH농협생명 대표이사 사장.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채를 비롯해 국내 국고채 등의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채권재분류를 실시한 보험사 가운데 NH농협생명이 지급여력비율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생명의 채권재분류 규모가 가장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생명보험사에서는 NH농협생명과 DGB생명, 손해보험사에서는 한화손해보험 등이 채권재분류를 단행했다.
채권은 '매도가능증권' 또는 '만기보유증권'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매도가능증권은 시장가치로 평가돼 금리가 하락할 때 채권 가격이 올라 자본 증가로 이어져 지급여력비율이 상승한다. 반면 금리가 오를 때에는 채권 가격 하락으로 자본이 감소해 지급여력비율이 줄어든다.
NH농협생명은 지난해 3분기 만기보유증권 31조 원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옮겨 지급여력비율을 193.7%에서 314.9%로 100%포인트 넘게 끌어올렸다.
DGB생명과 한화손해보험 등은 각각 4조 원 가량의 채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해 지급여력비율을 높였다.
매도가능증권은 각 분기마다 채권을 재평가해 자본에 반영하기 때문에 저금리시기에 건전성을 관리하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NH농협생명은 지난해 3분기 채권금리가 가장 낮을 때 채권재분류를 실시해 채권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는 지급여력비율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재분류가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셈이다.
8일 30년 만기 미국 국채의 금리가 장중 2%를 넘어서며 지난해 2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10년 만기 국채의 금리도 1.2% 가까이 올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1조9천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의회를 통과하면 경기가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경기가 회복되면 안전자산인 채권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내려간다.
한국 국고채 금리도 오르고 있다.
3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해 7월 평균 1.56%에서 올해 1월 평균 1.84%로 올랐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같은 기간 1.36%에서 1.73%로 상승했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국고채를 대량으로 발행하면서 공급이 늘어나 채권가격은 내려가고 채권금리는 올라갔다.
NH농협생명은 국내 국고채뿐만 아니라 미국 국채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어 미국과 한국의 채권금리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김인태 사장이 금리 상승에 대응해 지급여력비율을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은 많지 않아 보인다.
채권재분류는 한 번 시행하면 3년 뒤에나 가능하다. 금리 상승과 하락에 맞춰 탄력적으로 지급여력비율을 조정할 수 없는 것이다.
채권재분류 이외에 지급여력비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유상증자나 채권발행 등을 통해 자본을 늘리는 방법이 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NH농협생명은 지난해 8월 NH농협금융지주로부터 2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받았다. 추가 유상증자를 실시하기에는 NH농협금융지주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후순위채나 영구채(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것도 조달금리가 3~4%에 이르기 때문에 비용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NH농협생명 관계자는 “채권금리 상승으로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현재로선 지급여력비율을 관리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며 “지난해 실시한 채권재분류는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및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대비해 자산계정을 미리 시가로 맞춰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2023년 새 국제보험회계기준 및 신지급여력제도가 시행되면 부채 평가기준이 원가에서 시가로 바뀌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