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늦지 않게 충분한 규모의 추경을 편성해 4차 재난지원금을 준비하겠다”며 “추경 편성에서는 맞춤형 지원과 전국민 지원을 함께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방역조치로 벼랑에 몰린 취약계층과 피해계층은 두텁게 도와드리겠다"며 "경기 진작을 위한 모든 국민 지원은 코로나 추이를 살피며 지급시기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날 처음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공식화하면서 그 방식으로 보편지급과 선별지급을 함께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부터 민주당 인사들과 여러 차례 재정정책의 규모와 방식을 두고 이견을 보여왔다. 이날 반응은 이 대표의 발언 이후 곧장 나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홍 부총리는 이 대표가 국무총리일 때 국무조정실장을 맡았다가 이 대표의 강력 추천으로 부총리가 됐을 정도로 인연이 깊다.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하며 홍 부총리를 비판할 때도 이 대표는 “곳간지기 구박한다고 뭐가 되나”고 발언하는 등 홍 부총리를 두둔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홍 부총리가 이날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과 관련해 선별과 보편을 병행하는 방식에 반대의견을 표시한 데는 국가의 재정 건전성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선별과 보편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면 20조 원이 넘는 추경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보편지급 방식으로 4인가구 기준으로 최대 100만 원씩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 때는 14조3천억 원이 소요됐다. 선별지급 방식으로 자영업자, 돌봄 비용, 통신비 등을 지원했던 2차 재난지원금 때는 7조8천억 원 규모의 예산이 들었고 피해 자영업자에 맞춤형을 지원된 3차 재난지원금으로는 9조3천억 원을 썼다.
추경의 대부분은 국채 발행 등 빚을 내 충당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네 차례 추경을 편성하는 등 재정여력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예비비 역시 3조8천억 원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은 데다 코로나19 백신 지원 등에 예비비 지출이 예정돼 있다. 각종 재난을 대비하려는 예비비의 목적상 일정액 이상을 재난지원금으로 쓸 수도 없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해 10월까지 국세 수입이 2019년 같은 기간보다 6조7천억 원 줄어드는 등 세수 전망도 밝지 않다.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올해 본예산에 따른 국가채무는 956조 원이고 내년에는 1070조 원이다. 올해는 재난지원금 외에 다른 이유로 추경이 편성될 가능성이 있어 국가채무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다만 한국의 국가채무 규모를 놓고 전혀 다른 평가도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은 선진국에 비교해 우리의 국가채무가 양호한 만큼 재정지출을 과감하게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대표 역시 이날 연설에서 “우리의 재정은 상대적으로 튼튼해 지난해 재정 적자는 주요 42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앞으로도 강경한 태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는 한국의 재정상황에 대한 평가에도 이 대표와 정반대의 의견을 보였다. 그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에서 “얼마 전 최근 우리 재정상황을 두고 ‘너무 건전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을 본 적이 있다”며 “재정을 너무 쉽게 본 진중하지 않은 지적으로 우리 재정상황과 관련해서는 상세하게 정리해 조만간 다시 올리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