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항공업계에서는 김이배 대표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실적이 악화되면서 단기차입금이 급격하게 늘어난 제주항공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
제주항공은 2020년 12월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382억 원을 단기차입하면서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이 1419억 원에 이르고 있다.
2019년 말 단기차입금이 99억 원에 그쳤던 것과 비교해 1333% 가까이 늘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2020년 3분기 별도기준으로 현금성자산을 697억 원을 들고 있는데 코로나19에 따른 실적 악화를 감안하면 자금조달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에 놓였다.
시장분석기관 에프앤가이드는 제주항공이 2020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3885억 원, 영업손실 2897억 원을 봤을 것으로 추산했다. 2019년보다 매출은 71.9% 줄고 영업적자가 지속되는 것이다.
제주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회계법인 실사를 통해 제주항공 운영에 필요한 자금으로 2천억 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제주항공은 2020년 11월 수출입은행에서 574억 원을 단기차입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기간산업안정기금 321억 원을 신청했다.
김 대표는 올해 제주항공 창립 16돌 기념식에서 제주항공의 기단을 축소하겠다고 말했는데 어려워진 재무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상황에서는 민첩하게 대응하는 조직만 살아남을 수 있다”며 “시장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기단 규모를 축소 및 재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의 차입금 상환을 제외하더라도 영업손실과 이자비용을 감안하면 올해 상반기 자본확충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은 지난해 유상증자를 실시했지만 끊임없는 현금소진으로 여전히 재무 안정성에 문제가 있으며 자본잠식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SK증권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2020년 말 자본잠식률 29.5%를 보여 부분 자본잠식에 빠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모기업인 애경그룹의 사정도 좋지 않아 제주항공을 추가적으로 지원하는 데 부담을 안고 있다.
2020년 3분기 연결기준으로 애경그룹의 지주회사인 AK홀딩스의 당좌비율은 52.3%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총차입금 의존도도 44.6%를 보이며 2019년 같은 기간보다 6.4%포인트 높아졌다.
일반적으로 당좌비율이 100% 미만이 되기 시작하면 1년 내에 갚아야 할 빚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보다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해 재무 안정성에 우려가 되는 수준으로 평가한다.
제주항공은 코로나19로 매출 타격이 지속되자 지난해 8월 1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김 대표로서는 새롭게 유상증자를 추진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 셈이다.
김 대표는 우선 제주항공 기단 규모를 줄이는 긴축경영과 함께 화물운송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유상증자와 관련된 내용은 공시사항이라 말하기 어렵지만 기단축소와 화물운송 등 다각도로 위기 극복을 위한 대응방안을 마련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주항공이 유상증자를 통해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넘는다면 항공산업 재편 과정에서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따라 항공업황이 지난해에 비해 좋은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제주항공이 유상증자를 통해 기초체력(펀더멘털)을 확보한다면 항공시장 재편 과정에서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