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환 케이뱅크 행장이 돌연 사임하면서 다음 행장 인선에 시선이 모인다.
케이뱅크는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 달 다음 행장 선임을 마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11일 케이뱅크 안팎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 행장이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갑자기 사임을 표명하면서 다음 행장 인선도 안갯속이다.
당초 이 행장은 지난해 3월 케이뱅크 2대 은행장에 취임해 2022년 3월까지 임기를 보장 받았다.
이 행장은 임기를 1년 이상 남겨둔 상황에서 갑자기 사임할 뜻을 밝혔는데 케이뱅크와 주요 주주사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사임 이유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케이뱅크는 이 행장이 사임한 8일 곧바로 다음 행장 선임절차에 돌입했지만 적임자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전례를 살펴보면 KT 내부 인사가 다음 행장으로 오를 것으로 점쳐지지만 이번 기회에 외부에서 금융전문가를 영입하는 것 아니냐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행장이 짧은 임기 동안 유상증자, 대출 영업재개 등 굵직한 현안을 해결했지만 케이뱅크가 성장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실적 개선 등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기 때문이다.
게다가 케이뱅크의 모기업인 KT가 지난해 연말 이미 정기인사를 마친 만큼 내부에서는 이른 시일 내 적임자를 찾기 어렵다는 시선도 나온다.
이번에는 외부에서 금융전문가를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은행권 관계자는 "
이문환 행장이 돌연 사임을 표명한 상황에서 준비된 인사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오히려 은행 본업에 강점을 지니고 있는 외부인사 영입에 무게가 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KT가 주도해 설립한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케이뱅크 준비법인 안효조 대표이사부터 1대
심성훈 행장, 2대
이문환 행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KT 출신 인물이 이끌어왔다.
디지털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특성상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들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심성훈 행장과
이문환 행장은 공통적으로 정보통신기술 역량이 선임 이유로 꼽혔다.
다만 케이뱅크가 대출영업 확대에 고삐를 죄고 있는 상황에서 정보통신기술 전문가보다는 금융 전문가 영입 필요성에 무게가 실리는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7월 유상증자 이후 실적을 개선하고 있지만 흑자전환까지는 갈길이 멀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케이뱅크는 여신잔액 2조1060억 원을 달성해 영업 재개 후 3개월 만에 67% 급증했다. 하지만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순손실 703억 원을 내 여전히 적자를 냈다.
경쟁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사례에 비춰보면 케이뱅크가 흑자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여신잔액을 7배 이상 늘려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추진한 4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가로 두 차례 이상 진행해야 달성할 수 있는 수치다.
하지만 앞서 진행된 유상증자에서는 케이뱅크의 청사진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대부분 주주사가 참여하지 않았다. BC카드와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등 3대 주주만 유상증자에 참여했는데 이 과정에서도 이 행장이 직접 이사회를 찾아가 설득하는 등 힘겨운 과정을 거쳤다.
다음 케이뱅크 행장은 유상증자에 참여할 기존 주주사나 새로운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해 실적과 직결된 은행 본연의 업무에서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선결 과제인 셈이다.
다만 KT 내부 인사가 다음 행장에 오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케이뱅크 지분의 34%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 BC카드가 KT 자회사인 만큼 임원후보 추천 과정에서도 발언권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7일에도 임원 인사를 통해 미래금융 총괄 태스크포스장에 권선무 KT 경영지원부문 상무를 선임했다. KT캐피탈에서 사업개발그룹장을 거친 양영태 전략투자 총괄 태스크포스장도 2022년 1월31일까지 임기가 연장됐다.
케이뱅크는 8일부터 임원후보 추천위원회를 가동하고 다음 행장 선임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이른 시일 내 임원후보 추천위원회를 열어 후보를 추천하고 임시 주주총회도 개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 달 안에 다음 행장을 선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