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의약품 위탁사업의 범위를 위탁개발(CDO)과 위탁연구(CRO) 분야로 넓히는 데 힘을 쏟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이끌게 된
존 림 대표이사 사장이 목표로 내건 글로벌 바이오제약사 도약을 위한 퍼즐 맞추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존 림 대표이사체제가 열리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특히 해외에서 중소제약사를 대상으로 위탁개발과 위탁연구 수주물량을 늘리는 데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존 림 대표이사 사장은 미국 시민권자인 데다 글로벌 제약사인 로슈 등에 20년 가까이 몸담으며 생산, 영업, 개발 총괄 및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내 풍부한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존 림 사장은 16일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 “앞으로 10년 동안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위탁개발(CDO), 위탁연구(CRO) 등 모든 바이오의약품사업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해 글로벌 바이오제약사로 본격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존 림 사장은 우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위탁개발과 위탁연구 규모를 키우려 한다.
위탁개발이나 위탁연구는 유망사업으로 꼽히지만 그 자체로만으로는 당장 실적 확대에 보탬이 된다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위탁개발이나 위탁연구 수주가 위탁생산 수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의약품 위탁개발 연구(R&D)센터를 열어 해외 고객사를 대상으로 위탁개발이나 위탁연구 수주를 확대하기 위한 전진기지를 마련해 뒀다.
샌프란시스코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바이오 클러스터(기업단지)로 다국적제약사 암젠과 존슨앤드존슨의 연구개발센터, 다국적 제약사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 구글이 설립한 바이오기업 칼리코 등 2500여 곳의 바이오기업이 위치해 있다.
이 연구센터를 거점으로 활용하면 미국은 물론 유럽 등 세계에서 위탁개발사업과 위탁연구사업을 확장하는 게 수월할 것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라본다.
위탁개발사업이나 위탁연구사업은 중소제약바이오기업이 주요 고객이다.
중소제약바이오기업이 신약 후보물질을 발견하고도 자체적으로 물질의 유용성이나 안전성 평가를 진행하거나 세포주 배양 또는 개발을 추진할 수 없을 때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위탁기관의 도움을 받는다.
다만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존재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시선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사실상 삼성그룹이라는 한 지붕을 이고 있는 만큼 제약사들은 핵심기술 노출 등을 우려해 삼성바이로직스에 일감을 주는 데 주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각각 설립하고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사업과 바이오시밀러 개발사업으로 영역을 명확하게 구분했지만 외부 고객사에게는 한 지붕 아래 있는 것으로만 비춰질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애초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을 주력으로 했으나 점차 신약 개발로도 발을 넓히고 있다. 2018년부터 일본 다케다제약과 급성 췌장염치료용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위탁생산과 달리 위탁개발이나 위탁연구는 기업의 기술력과 맞닿아 있는 만큼 고객사로서는 핵심기술 유출 등이 걱정될 수도 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관계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삼성그룹이 바이오사업 규모를 빠르게 키우는 데 보탬이 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각각 전문성을 지니고 사업을 벌이는 만큼 못해도 1 더하기 1은 2가 나오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