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가 23년 만에 워커힐면세점 사업권을 놓치면서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경영복귀 이후 신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가 높았는데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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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종훈 SK네트웍스 사장. |
허민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6일 “SK네트웍스가 면세점사업을 내년 5월까지 계속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기간 재고소진이 이뤄질 예정”이라며 “내년 워커힐 사업의 영업이익은 4억 원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기존 전망치에 비해 148억 원 감소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SK네트웍스는 14일 발표된 서울시내면세점 사업자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했다. 2013년 정부가 5년마다 특허권을 갱신하도록 법을 개정한 뒤 기존 사업자가 탈락하는 첫 사례로 남게 됐다. 워커힐면세점은 16일로 특허가 만료됐으며 내년 5월 중순 문을 닫게 된다.
SK네트웍스는 당장 면세점 매출이 줄어드는 것 외에도 리뉴얼 작업에 따른 손해도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SK네트웍스는 12월 오픈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1천억 원을 들여 워커힐 면세점을 2.5배 규모로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해 왔다.
신민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네트웍스는 면세점사업 철수에 따른 비용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까지 실적부진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SK네트웍스는 면세점사업권을 빼앗기면서 워커힐호텔 운영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SK네트웍스는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과 W서울 워커힐을 운영하고 있는데 카지노와 면세점 이용이 동시에 가능해 중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찾던 곳이다.
SK네트웍스 주가는 16일 직전 거래일보다 21.65%(1600원) 하락한 5790원에 장을 마감했다. SK네트웍스 우선주 역시 직전 거래일보다 하한가인 29.86%(3만3천원) 하락해 7만7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증권회사들은 내년 SK네트웍스의 수익성 악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조정했다.
하지만 SK네트웍스는 주력사업에서 안정된 실적을 거둬 면세점 상실을 만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신민석 연구원은 “휴대폰과 주유소, 렌터카 등 주력사업 호조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내년 예상 영업이익은 올해 대비 17.6% 증가한 2347억 원을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커힐 면세점은 지난해 매출 2700억 원을 기록했다. SK네트웍스의 연결기준 전체매출 22조4천억 원 가운데 1%에 불과하다.
지난해 영업이익 기준으로 보면 SK네트웍스 전체영업 2013억 원의 5%(108억 원) 가량을 워커힐면세점에서 냈다. SK그룹 사업 전체을 놓고 봐도 유통업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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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
그러나 이번 결과가 SK그룹에 뼈아픈 것은 최태원 회장의 경영복귀 이후 모처럼 활기를 띤 신사업 추진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SK네트웍스는 기존 주력이었던 상사와 에너지부문에서 수익성이 하락하자 렌터카와 면세점, 패션을 3대 성장동력으로 내세웠다.
SK네트웍스는 지난 2월 KT렌털 인수전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1조 원 베팅에 참패했다. 또 7월 신규 면세점 사업자 경쟁에서도 탈락한 데 이어 이번에 기존 면세점도 잃어 연패를 거듭하고 있다.
물론 대기업들의 면세점사업권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년 정부가 추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규 1곳, 2017년 만료되는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을 놓고 또 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SK네트웍스가 당장은 경영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재도전 기회도 남아있다”면서 “최태원 회장의 유통업에 대한 의지도 향후 경쟁에서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