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건강보험 시행 첫 해인 2018년 건강보험공단은 수익 75조3653억 원을 거뒀다. 하지만 영업손실 4조3474억 원, 순손실 3조8953억 원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2019년에는 1년 전보다 보험료를 5조2천억 원 가량 더 많이 거둬들였지만 영업손실 4조2641억 원과 순손실 3조6266억 원을 내며 2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코로나19 위기로 건강보험공단이 3년 연속 적자를 낼 가능성도 나온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며 국민들의 소득이 감소함에 따라 보험료 수입은 줄어들지만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보험급여 지출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은 수익의 80% 가량을 국민들이 납부하는 건강보험료를 통해 충당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코로나19 진료비 가운데 80%를 부담하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1만4천여 명을 넘어서면서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진료비도 1천억 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6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케어 추진을 위해 2022년까지 보험료를 매년 3.49% 올린다고 발표한 바 있다”며 “조금 늘거나 줄수는 있을 수 있지만 원래 계획 수준으로 보험료를 인상해 적절한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이 최근 내놓은 건강보험제도와 관련한 국민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도 보험료율 인상 논의에 군불을 지피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건강보험공단은 코로나19 사태 이후인 6월30일부터 7월3일까지 전국 성인 2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92.1% 이상이 건강보험제도에 긍정적 인식을 지니게 됐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87%는 건강보험을 누리기 위해 적정수준의 보험료를 부담하겠다고 응답했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다른 기관에서 조사한 설문조사와는 사뭇 다른 결과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5월13일부터 같은달 21일까지 성인 113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국민 절반 이상인 53%가량이 내년도 건강보험료율 동결 또는 인하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료 인상에 긍정적 결과를 보인 설문조사를 건강보험공단이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을 두고 건강보험이 국민들이 체감하기에는 사실상 세금의 성격을 띠고 있어 이를 의식해 여론전에 나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보험공단의 비효율적 운영으로 과도한 행정비용이 투입되고 있다는 지적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백종헌 미래통합당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건강보험을 포함한 4대보험료 전자고지 비율은 19.26%에 그친다. 종이고지서 인쇄 및 송부에 드는 비용만 연간 약 500억 원에 이른다.
백 의원실 관계자는 “시대착오적 종이고지서 발송으로 국민들의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며 “건강보험공단은 불필요한 행정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은 종이고지서에서 모바일 고지서로 전환하기 위한 입찰공고를 이달 내고 사업자를 선정해 관련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올해 말까지 약 700여 종의 안내문 및 고지서 가운데 37종을 시범적으로 모바일을 통해 발송하고 장기적으로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통해 관련 법령을 개정해 모바일고지서 발송을 확대한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4대보험료 전자고지 비율은 다른 정부 기관의 전자고지 비율과 비교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며 “모바일고지서로 전환하기 위해 준비를 지속적으로 해왔으며 올해 1차적으로 37종의 안내문을 모바일로 발송하고 점차 그 대상을 확대해 지금보다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과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 3곳에서 보험료 부과와 자격관리업무를 각각 수행하고 있어 비효율적으로 인력관리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강보험공단 임직원 수는 2020년 2분기 기준으로 1만6천 여명으로 비슷한 업무를 하는 공공기관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연금공단 임직원은 7400여 명, 근로복지공단은 9500여 명에 그친다.
건강보험공단의 다른 관계자는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각 보험에서 자격을 부과하는 기준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3곳의 기관에서 보험료 부과와 자격관리에서 같은 업무를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